정부가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시기를 1년간 유예키로 하는 등 고심 끝에 무허가축사 대책을 내놨으나 이를 축산농가가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3년간의 유예기간도 짧았다는 의견이 비등한데다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따르는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또 다시 허송세월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 발표문에 따르면 적법화를 위한 이행기간을 부여받으려는 무허가 축산농가는 다음달 24일까지 간소화된 가축분뇨법상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 후 지자체의 보완요구에 따라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6월 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시설 설치내역서 등 첨부서류 중 설계 등이 이뤄지지 않아 당장 제출하기 어려운 서류는 추후 보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자체는 무허가 축산농가가 제출한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평가해 농가별로 적법화에 필요한 이행기간을 6월 25일부터 1년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단, 축산농가가 적법화 이행과정에서 침범한 국공유지 매입 등에 시간이 필요할 경우 추가로 이행기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부처는 이번 조치를 통해 그동안 적법화를 미뤄왔거나 관망중인 축산농가의 상당수가 적법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허가 축산농가는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책은 미허가축사 문제로 폐쇄조치가 예정된 5만2000여 축산농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고, 적법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에 관련 법령상 위반내용 등을 표기함으로써 단속정보만 제공하는 꼴이라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이행기간을 부여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적법화 이행계획서 작성을 대행할 인력, 기관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요행히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더라도 입지제한, 건폐율 초과, GPS 측량 오차 등으로 인해 이행기간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은 실속은 없고 정부의 생색내기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기왕에 고심을 할 거였으면 무허가 축산농가들의 애로를 충분히 청취했어야 하고, 실제 적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적법화 불가요인에 대한 제도개선 선행, 이를 위한 충분한 이행기간 부여 등 지금이라도 축산농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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