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기제 시행·입식제한·반입금지 조치…산업붕괴 위기
'방역위한 방역' 아닌 근본대책 촉구

▲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오리농가 400여명이 전남도청 정문 앞 광장에서 ‘오리산업 말살 저지’를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400여명의 오리 농가가 전남도청 정문에서 오리산업을 말살하는 정부와 지자체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오리협회 광주전남도지회(지회장 마광하)는 지난 2월 26일 전남도청 정문 앞 광장에서 ‘오리산업 말살 저지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모임도 삼간다는 이들이 차가운 아스팔트위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오리산업을 말살하는 것은 AI가 아닌 정부와 정책이라는 이들의 뜨거운 항변을 들어봤다.
 
# 오리산업 생존권을 쟁취하라
400여명의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이날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오리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절박하게 호소했다.

오리사육 농가들은 이날 오리 입식 전 검사를 간소화하고, 예찰지역 이동제한(입식제한)을 즉각 해제할 것, 입식제한에 따른 소득안정자금 지원기준과 오리휴지기 보상제도를 현실화 할 것, AI를 옮기는 불필요한 검사를 폐지하고, 방역관의 출입 매뉴얼과 AI 예방 근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을 비롯한 마광하 오리협회 부회장과 사육농가 대표 2인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회장에서 삭발투혼을 감행했고, 결의문과 요구사항을 전남도청에 전달했다.

김 회장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3월 중순 이전에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전국 오리농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책이 오리산업을 죽이고 있다.
AI가 아직 종식되지도 않았는데 400여명의 오리농가들이 어떻게 한 곳에 모일 수 있었을까. 이들 농장들은 입식제한으로 이미 비어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법적 근거도 없이 AI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오리사육 휴지기제에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했던 것이다.

전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자체적으로 실시, 전국의 300여개 오리농가들은 사실상 생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휴지기 농가 외 정상 농가도 AI 방역지역 내 100여 농가가 이동제한 조치 중에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10일 이후 AI가 발생하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실시요령(SOP)에서 정하고 있는 이동제한 해제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전국의 오리 농가들은 실질적 사육과 유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AI 발생 시 살처분 비용 부담 및 사육시설폐쇄를 운운하며 의도적으로 입식검사를 지연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농가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게 오리 농가들의 주장이다. 또한 AI가 발생한 전남, 전북 이외 지역에서는 AI 발생지역에서 생산된 가금류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오리 유통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자체 핑계, 지자체는 정부핑계만 대며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오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리 휴지기제 시행, 입식제한, 반입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오리고기 생산이 급감, 오리가격 상승과 오리소비 급감으로 이어져 오리산업 전체가 붕괴 위험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오로지 ‘방역을 위한 방역’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이는 오리 산업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AI 검사를 강화해 방역관들이 2~3일 간격으로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농장출입을 하게 하는데 이로 인해 AI가 확산, 이것이야말로 방역을 위한 검사가 아닌 ‘검사를 위한 검사’임이 분명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15년간 11번의 AI, 근본대책 여전히 ‘부재’
지난 15년간 총 11차례의 AI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그간 내 놓은 정책은 농가와 계열업체를 옥죄는 규제만 강화했지 정작 AI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이 오리업계의 주장이다.

이강현 오리협회 전무는 “뒤늦게 내놓은 오리사육 휴지기제는 진정한 방역대책이 아님에도 정부는 오리사육 휴지기제의 효과를 자화자찬하기에만 바쁘니 오리산업 종사자의 울분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AI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서해안벨트와 가금 밀집사육지역 농가들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전시킬 수 있는 근본 대책과 지원 방안을 속히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오리협회는 지난 2월 1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의 재신임안을 의결, 정기총회 인준만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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