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비관세 레드라인 뚫린거 아니냐" 우려…수입조건 강화 촉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향후 진행될 통상협상에서 농업분야에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한·미 FTA 개정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다고 전해진 것과 관련해 정부에서는 ‘레드라인을 지켰다’며 선방했다고 평가했지만 농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미국산 가금류와 관련해 ‘국가별 수입허용’을 ‘지역별 수입허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금류 등의 수입위생조건’ 변경고시가 한·미 FTA 개정협상 도중 발표된 것과 관련해 의구심을 표하며 ‘농업에 대한 추가 개방이 없고, 기존 합의한 관세 철폐 분야도 변화가 없다’는 정부의 자평을 반박했다.

또한 이번 지역화 문제가 TPP를 비롯해 한·중 FTA 등 향후 진행될 통상문제에서 상대국들이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국회 비준에 앞서 미국산 가금류 수입위생조건 등 한·미 FTA 개정협상 내용을 복기해볼 필요성이 있다”며 “TRQ(저율관세할당) 문제 등에 대해 다루지도 못하고 수입위생 조건만 변경해 앞으로 진행될 통상협상에서 미국 수준의 개방요구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민주평화, 고흥·보성·장흥·강진)도 “정부가 미국을 달래주고자 FTA 협상 테이블 밑에서 농축산업의 다른 것을 양보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관세 레드라인’은 지켜냈지만 축산물 수입 ‘비관세 레드라인’이 뚫렸다”고 밝혔다.

미국산 닭고기 지역화 허용은 자칫 52개 FTA 체결국, 나아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국가 전체가 우리나라 동식물 수입 검사·검역의 지역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

전국한우협회는 ‘“농업 레드라인을 지켰다”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성명서를 통해 “한·미 FTA로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자급률은 30%대로 떨어져 미국 쇠고기에 의한 시장잠식이 심각한 실정”이라며 “이미 더 이상 퍼줄 것이 없는 굴욕적인 협상 내용을 지켰다고 할 게 아니라 쇠고기 관세 40% 환원,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 대폭 감축, 수입 위생조건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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