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급 도축장에 동물복지로 맞선다
그룹별 관리로 하차·계류과정서 스트레스 '최소화'

▲ 제일리버스(주) 도축장 입구, 거점 도축장 입간판이 눈에 띈다.

도축업계도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지정받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서서히 일고 있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등에서 논의된 동물복지의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돼 현재 전국 4개 도축장이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선정됐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농장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동물복지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운영하는 도축장으로 축산물 위생 개선 위주인 기존의 HACCP에 동물복지가 추가됐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동물복지 도축장 화정식품의 김명수 대표는 “투자나 사후관리의 어려움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해 동물복지를 하려고 했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동물복지를 위해선 대표자는 물론 직원들의 인식과 실천이 중요한데 동물과 사람이 모두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시설과 운영이 바뀌다보니 직원들의 복지도 향상되고 돼지의 경우 도체 표면에 생채기가 나지 않아 도축 후 품질도 월등하게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축업계에선 이처럼 동물복지 인증이 차별화의 한 방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준비에 나서는 도축장이 생기고 있고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제일리버스(주)도 그 중 한 곳이다.

# 거점도축장에만 안주하지 않아
도축·가공·판매 일관체계를 구축하면서 2016년 말 거점도축장에 선정된 제일리버스(주)(대표 오만호)는 돼지 도축라인을 증축하고 육가공장 시설을 증축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산·학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학술적인 지원과 인적교류, 기술·경영지도 등이 가능해져 거점도축장으로서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제일리버스는 거점도축장에 만족하지 않고 동물복지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제일리버스 관계자는 “조직과 자본력이 큰, 소위 메이저급 도축장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바로 동물복지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가 동물복지를 알아주는 시기가 조만간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추세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소 계류장을 설명하고 있는 이 부사장.

# 동물복지에 맞게 시설변경
현재 동물복지를 위해선 그에 맞는 시설이 뒤따라야해 반드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일리버스도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을 위해 최근 수 억원을 들여 우계류장과 돈작업장 등을 변경완료했다. 우계류장의 경우 당초 175.48㎡이던 것을 124.52㎡ 늘려 300㎡로 확대했고, 우반출대기실도 당초 103.77㎡에서 10.69㎡ 늘려 114.46㎡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돈반출대기실 53.16㎡, 양계류장 147.51㎡, 양작업장 101.77㎡ 등 세부시설을 변경했다.

동물복지 선정과 관련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일리버스는 동물복지 기준에 맞춘 시설 개선에 투자했고 지난 1월 도축업 영업허가 사항 변경허가를 경남도로부터 받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광수 제일리버스 부사장은 “거점도축장으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개념으로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며 “법적 기준에 부합한 시설을 이미 완료했으며 계류장의 경우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는 방안으로 그룹별로 계류하기 위해 면적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일리버스는 하차대를 두 곳으로 분리, 운영하고 소가 편하게 계류할 수 있도록 그룹별로 계류공간을 적용하는가 하면 기본적인 계류 면적을 확장해 시설을 완비했다. 자연환기가 가능한 수준으로 계류장의 층고도 높게 해 하차, 계류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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