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재단 세미나
일본 아닌 중국이나 남방지역에서 유입됐을 것

우리나라에 고추가 유입된 시기와 반입된 지역은 1592년 일본이 아닌 훨씬 이전에 중국이나 남방지역으로부터 전파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3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식량안보재단 주최로 열린 제 21회 식량안보세미나 ‘고추의 이용 역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책임연구원은 ‘고추 전래의 진실’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추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로 유입됐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를 주장할 만한 기록은 단 하나도 없다”며 “문헌학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의 수많은 문헌에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추가 임진왜란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은 없으나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파됐다는 내용은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식품학적으로 우리 고추 품종에서 고추장과 김치를 동시에 발견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표식품으로 발전되려면 수천 년이 걸린다”며 “이에 따라 일본이 아닌 중국이나 남방지역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류기형 한국산업식품공학회장은 “식품과학자가 게재한 논문과 고추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은 임진왜란 때 고추가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고추가 일본으로부터 도입됐다면 지금보다 지역 간 이동과 정보의 전달이 훨씬 느린 조선시대에 재배법이 확산돼 우리 전통식품으로 정착되기에는 시간상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이어 “고문헌의 분석에서 고추의 한자 초(椒)에 대한 언급은 시경(기원전 551-479)과 삼국지위지동이전(223-297)을 통해 요동지방(고구려)에 고추가 재배됐음을 알 수 있다”며 “삼국사기지리지 고구려 편에 고추가 많이 생산되는 초도라는 지명, 동국이상집(이규보, 1168-1241)의 시에 ‘고추를 탄 소주 한 잔에 뺨 위에 이는 노을’이라는 표현과 '소주에 고추를 자주 타 먹었다'는 기록을 통해 초, 호초, 진초, 촉초 등 다양한 초의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국내에 전래된 게 아니라는 점을 바로 잡기 위해 다양한 분야(△고려, 조선시대의 미술품, 민화, 벽화 등에 고추의 재배와 고추 소재 식품 등을 발굴 △역사에 숨어 있는 고추의 전래와 진실을 알기 위한 역사학자의 관심 유도 △국내에서 가장 매운 맛 강도를 가진 청양고추는 임진왜란 때 전래된 고추와 상관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 △민간요법이나 한약재에 사용된 고추를 알기 위해 본초학, 의사학 전문가, 고추재배에 대해 원예학, 고추건조와 분쇄 등 가공과 관련된 식품과 기계 전문가의 공감대 형성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추의 전래에 대해 중남미, 동남아시아 고추의 전래설이 양립하므로 중국을 비롯한 연변, 북한 등과 국제적인 공조 필요)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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