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80kg기준 12만6000원까지 떨어졌던 산지쌀값이 올 들어서는 15일 단위로 1%씩 급상승하고 있다. 이달 들어 쌀값 상승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으나 오름세는 지속돼 지난달 25일 기준 17만원을 넘어섰다.

쌀 생산농민들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대풍으로 인한 과잉생산으로 산지 쌀값이 생산비 이하까지 떨어지는 등 마음고생이 많았던 터였다.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고, 쌀 농사를 한다는 자부심도 가져볼 만 하다.

문제는 쌀값 오름세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이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80kg기준 23만원까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른 쌀값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5일자 산지 쌀값은 지난해 동기 12만8292원에 비해 32.8%, 금액으로는 4만2064원이 높다. 2월 5일 산지쌀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1% 올라 역대 최고치의 상승률을 기록한데 이어 이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된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산지 쌀값의 오름세는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시장흐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과잉된 양만큼 정부가 시장에서 조기에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과잉된 쌀을 격리하지 않았거나 또는 격리된 쌀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최근과 같은 산지 쌀값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수요보다 많은 쌀을 줄일 수 있는 쌀 생산조정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절대적으로 많은 쌀을 생산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쌀값을 유지하기가 요원할 뿐 아니라 지난해와 같은 쌀값 폭락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생산조정제 목표(5만ha) 달성률이 50%(2만5000ha)일 경우 초과물량이 15만톤이고, 30%면 20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를 포함한 시장공급량은 각각 26만톤, 30만톤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되는 양만큼 시장에서 격리되길 기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돌리는 것과 다름 아니고 국고 낭비로 인한 국민들의 반감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쌀 생산조정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참여여부는 결국 농민들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 쌀 생산조정제 신청면적은 목표면적의 29.4%인 1만4700ha에 불과하고, 농경연의 전망대로라면 30만톤이 과잉이다.

또 다시 정부의 시장격리에 기대하며 수동적으로 쌀 농사를 지을지, 그렇지 않고 농민들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며 당당하게 쌀 농사를 지을지는 순전히 농민들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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