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느껴지는 시기이지만 양계 농가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기만 한다. 끝 모르는 계란가격 폭락에 저절로 한숨마저 나온다. 어느새 대형 마트에선 계란 30개 한판에 1900원선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공급과잉과 지난해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촉발된 소비 저하로 계란 가격의 하락세를 반등시킬만한 모멘텀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비록 농축산업계가 자발적으로 계란 구매·소비운동을 벌이고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계란가격의 정상화를 위해 자율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이도 계란가격을 반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양계농가의 근심은 가격 하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서 ‘붉은 진드기’, ‘와구모’, ‘닭이’ 등으로 불리는 닭 진드기의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닭 진드기는 보통 봄철부터 서서히 활개를 치기 시작해 6~8월 여름철, 특히 장마철과 겹칠 때 가장 기승을 부린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외부기생충으로 닭에게는 빈혈이나 가려움증, 불안, 불면을 일으키며 산란율과 난질을 저하시키곤 한다. 특히 세균과 바이러스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매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닭 진드기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가 연간 10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닭 진드기는 섭씨 56도,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 능력이 강하다보니 퇴치가 어렵다. 비교적 신경을 마비시키는 화학 살충제에 잘 죽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겨 쉽지 않아 결국 살충제 계란 사태로까지 번졌다.

특히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양계농가다. 비록 동물용의약품이나 동물용의약외품으로 허가된 구제제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가금수의분야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닭 진드기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으며, 기본원칙을 잘 수행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닭 진드기 방제를 위해선 산란계 출하 후 재입식 전에 청소와 소독을 철저히 하고, 물리적 처치를 비롯한 다각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이를 통해 닭 진드기를 완전 박멸할 수는 없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을 수준으로 개체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