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에 이어 브라질산 축산물까지 지역화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외국산 축산물의 지역화를 공식화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4일 지역화 인정을 전제로 한 ‘미국산 가금류 등의 수입위생조건’을 개정·시행한다고 발표할 당시부터 전세계적으로 지역화 인정 요청이 봇물을 이룰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2016년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예비협상 단계에서 상대국들이 동·식물 검역과 관련해 지역화를 인정해줄 것을 강력 요청한 점을 상기해 볼 때 미국산 가금류의 지역화 인정은 다른 나라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의 지역화를 인정한 만큼 우리나라와 이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52개 국을 비롯해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전체가 지역화를 인정할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브라질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브라질산 축산물에 대해 지역화를 적용해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주의 돼지고기 수입을 조만간 허용할 방침이어서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나온 셈이다.

악성 질병 전파가 우려되는 외국산 축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는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국민들의 안전은 물론 축산업의 기반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분기 돈육 수입량이 12만9957톤으로 집계됐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돈육 수입은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세계 최대 축산물 수출국인 브라질산 돈육까지 수입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역화 인정으로 수입이 추진되는 브라질 산타카탈리나 주 인근 지역은 소에 대한 구제역 3가 백신 접종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형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 국가차원의 차단방역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위험성이 다분한 지역에서의 수입허용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또 앞으로 나올 수도 있는 제2, 제3의 브라질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동·식물 검사·검역과 관련, 지역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위험성을 내포한 축산물에 대한 감시체계를 비롯해 지역화 대상 품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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