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어업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수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산물생산 분야는 여성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수산물 가공 및 판매·유통 분야는 전체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2016년 현재 어가의 여성 인구는 6만2700여 명으로 전체 어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어가의 여성들은 남편과 함께하는 조업 이외에도 어구 손질과 맨손어업에 일상적으로 종사하고 있으며, 가사와 돌봄, 수산물 가공 및 판매·유통 등 다양한 어업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어업과 관련 산업에 여성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어업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력난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대통령 공약사항에도 여성어업인 정책이 언급될 정도로 여성어업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어업인이 체감하는 현실을 보면 여성어업인들은 남성어업인의 보조자로 경제적·사회적 위상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가사일과 육아 병행 등의 고충과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어업인 전문성 향상 기술교육 훈련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 훈련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어업활동에 있어 여성어업인들은 성차별, 건강상의 문제, 어업 환경의 위험성, 어로 장비 사용의 어려움, 제한적인 역량강화 기회와 낮은 사회적 지위 등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어업인의 어업생산에 대한 경제적 기여정도를 보면 주요 연안어업생산만 보더라도 2017년 생산 규모 약 1조여원 중 이의 절반인 약 5천억 원 정도이다. 물론 정확한 경제적 기여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와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지만 어업에서 여성 노동력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수산업 경쟁력 향상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여성어업인 육성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어업인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어업인의 경제적 권한, 노동가치의 인정, 대표성, 리더 양성 및 역량 강화와 조업 환경 등에서의 불평등 요소들을 제거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업자산의 공동소유와 공동경영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여성어업인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이 선결되어야 하므로 어업 및 수산 관련 분야의 성별 분리 통계가 생산돼야 한다. 성별로 분리된 통계 및 정보 생산을 통해 수산업 분야의 여성어업인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고 여성어업인의 지위 향상의 근거와 법제도 정비를 위한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여성어업인의 정책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한 여성어업인 의견수렴 기구의 운영, 수산전문가, 젠더전문가와 여성어업인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어업인들의 교육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여 보다 실질적이고 전문성이 강화된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다. 기초교양문화 강좌뿐만 아니라 리더십 함양, 어선과 어업 장비 관련 기술교육, 수산업 분야의 경영·마케팅·창업 등 전문적인 역량강화 과정과 연령대별·어업 특성별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성어업인의 대표성 확대와 입지 강화 등을 지원을 위해 어촌계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 과 수협 내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협의 여성임원 선출 의무화가 가능한 ‘여성조합원’의 구성 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일련의 내용들은 이미 ‘제4차 여성어업인 육성 기본계획(2016-2020)’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계획의 실행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정책 담당자들이 여성어업인 육성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 조만간 어업과 어촌에서도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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