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포함 20조 넘어…조합·조합원 지원역량 저하 우려

농협중앙회의 차입금 규모가 2012년 사업구조 개편 이후 매년 증가해 12조4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경영수지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확대는커녕 차입금에 대한 이자 납부도 버거울 수 있다는 시각이 중앙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의 차입금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총 12조4000억원으로 2012년 사업구조 개편 당시 9조6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금융지주 및 은행 등 주요계열사를 포함하면 차입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다.

이처럼 차입금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법인별 필요자본에 대한 배분자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총 필요자본 26조4300억원 중 16조2300억원은 기존 보유자본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10조2000억원은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15조3500억원, 경제지주 5조9500억원, 중앙회 5조1300억원을 배분했다.

문제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지난 5년간 이자비용, 부족한 배당금 지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수지가 악화되면서 적자보전을 위해 정부이자보전을 제외하고도 2조2000억원을 차입한 것이 원인이 됐다. 계열사 수익력 확보 실패와 거액의 대손비용 등으로 사업구조 개편 당시 추정했던 손익과 차이가 발생하다보니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치 못한 것이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난 5년간 누적 손익 목표를 9조6000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손익은 2조1000억원으로 차액이 7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금수지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누적 배당금 수입은 8867억원인데 실제 고정투자, 차입금 이자, 배당금 지출 등으로 소요된 현금지출은 3조1356억원으로 차액이 2조2489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매년 2000여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이자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누적된 이자비용만도 총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농협중앙회가 추정한 향후 이자비용은 더욱 늘어나 연평균 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중앙회와 계열사의 비약적인 수익 증대가 없는 한 매년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조합이나 조합원에 대한 지원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차입금에 대한 이자 갚기도 버거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올해 중앙회 1분기 손익이 1938억원으로 사업구조 개편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경제지주와 금융지주의 손익도 각각 354억원, 31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해 경영위기 해소가 기대되고 있지만 20조원이 넘는 차입금 규모를 고려하면 취약한 경영구조라 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같은 이유로 농협중앙회는 올해 전부분에 걸쳐 경영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현재 컨설팅을 통해 사업재편 전략을 도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 경영진단을 실시해 재창조 수준의 기업 쇄신이 필요한 계열사와 시장 역성장에 대비한 사업모델의 진화가 필요한 계열사로 구분해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게 중앙회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협의 존재 가치가 경제사업 활성화에 있는 만큼 금융사업이 아닌 경제사업부문의 수익 창출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사업구조 개편도 중요하지만 사업부문에 있어 전문가 책임경영을 확대해 사업의 내실화를 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