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확대…신규 축산인 중도포기 막아야"

30여년 전, 아버지가 아들과 딸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대선’이라 지은 농장. 이제는 아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 황산면에 위치한 ‘대선팜’의 김대엽 대표는 현재 12만마리의 육계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던 육계농장을 어깨너머에서 배우던 김 대표는 어느새 30대 중반이 됐고, 이제는 어엿한 농장 대표뿐만 아니라 소속 계열사인 하림의 대표 청년 축산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새로 축산에 진입하고 싶은 신입 축산인도, 현재 농장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축산인도 김 대표를 찾아 조언을 구할 정도다. 김 대표가 느끼는 청년 축산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어봤다.

# ‘육계인’ 위한 교육 확대해야
“많은 청년 육계인들이 육계농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워하는 점은 아무래도 사양관리 분야입니다. 폭염이나 혹한에는 닭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물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육계의 경우 한우나 돼지 등 중소가축에 비해 개체의 크기가 작다보니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육계분야에서 보다 세밀한 사양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을 꿈꾸며 육계농장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 지역에 육계를 키워보겠다고 들어온 젊은 사람들도 있는데 결국에는 다들 6개월 이내에 포기하더라고요. 후계축산인의 경우 부모님께 자문을 구하면 금방 답을 얻기도 하지만 신규로 육계에 진입할 경우엔 주변 농장을 찾아가 지식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사육성적은 떨어지고, 경영 부담으로 금방 사육을 포기해 버리는 겁니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농업 후계자 지원 프로그램에서 육계인을 위한 교육과정이 없어 고생한 일도 떠올렸다. 정부 지원받기 위해선 일정 시간의 교육을 채워야 하는데, 육계가 아닌 각종 농사나 원예 교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육계농장을 하는데 왜 원예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건의를 통해 하림에서 받은 교육을 인정받았지만, 그 당시 육계인을 위한 교육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규 축산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금방 포기해 버리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 매년 발생하는 AI도 골칫덩이
육계인 이라면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도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다. 매년 발생하는 AI 탓에 농장이 운영 자체가 중단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특히 가금류 가운데서도 사육회전이 빠르고, 사육일수가 짧은 육계 특성상 AI가 발생하는 거의 일이 없지만, AI로 인한 경영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AI가 발생하면 출하는 물론 입추도 어려워 농장 운영이 중단되다 시피 합니다. 정부에서 입식하지 못한 농가에게 소득보전 차원에서 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평소 수입의 30%도 채 안되니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벅찬 게 현실이죠.”

김 대표는 AI 발생 등으로 인한 휴지기 상황에서 정부에서 지급되는 자금의 기준이 현실성 없다고 꼬집었다. 통상 정부에선 통계청에서 산출한 소득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결정하는데 이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급금액을 현실화하기 위해 통계청 직원에 직접 수입·지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방역이라는 대의를 위해 많은 육계인들이 희생하는 만큼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선팜의 전경 사진.

# 청년 축산인, 축산의 미래 짊어져
김 대표는 끝으로 청년 축산인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젊음이라는 강점을 살려 빠른 정보 습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육방법을 시도하는 등 능동적인 농장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행을 벗어난 사육방식의 개선으로 소득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도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키로 하면서 사육환경 개선에 골몰했다. 아버지가 해 왔던 운영방식으로는 계사를 하루하루 운영하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20년이 넘는 오래된 시설을 전면 교체키로 결심했다. 당장 돈이 들더라도 미래를 생각해 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효과는 놀라웠다. 사육마릿수를 전혀 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5배 넘게 뛰었다. 육계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니 성적이 좋아졌고, 소득도 자연스레 따라온 것이다.

실제로 계사 신축 전 2012년 163 수준이었던 생산지수는 지난해에는 321까지 두배로 높아졌다. 사료요구율도 2012년 2.088에서 지난해에는 1.552로 5년만에 눈에 띄게 개선됐다.

“축산이 미래산업으로 더욱 성장키 위해선 급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청년 축산인들이 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저는 계사를 동물복지로 전환할 생각입니다. 가축 사육환경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들과 함께 걷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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