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수준 ‘안전성’ 담보
반야외시험 도입…우리나라 기준 설정 초석 마련

선진국 수준의 ‘꿀벌에 대한 농약(작물보호제) 위해성(이하 꿀벌 위해성) 평가’를 할 수 있는 국내 시험법이 개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시험법은 꿀벌 반야외시험법으로 유럽 등 선진국 수준의 안전성을 담보한다. 또한 그동안 토양, 지형, 재배환경 등이 상이함에도 준용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시험 자료 대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시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약 독성 위해성 평가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꿀벌 반야외시험법을 살펴봤다.

# 알부터 성체까지 꿀벌 전생애 영향 분석

▲ 터널 내에서 양성 대조군으로 사용될 약제를 살포하고 있는 모습

시험법을 개발한 전경미 국립농업과학원 화학물질안전과 연구사에 따르면 꿀벌 위해성 평가와 관련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꿀벌 성체 및 유충 독성시험, 반야외시험(semi-field test), 야외시험(field test) 등 3단계(Tier)의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야외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워 2단계 시험만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3단계 시험으로 반야외시험을 도입한 이번 시험법 개발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평가기준 설정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을 놓고 EU(유럽연합)와 미국이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 등 환경에 따른 결과가 국가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시험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었다.

또한 이번 시험법은 기존 꿀벌 성체에 대한 영향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부터 유충, 번데기 등 꿀벌의 전생애주기에 걸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유럽 등의 최신 꿀벌 위해성 평가 시험 추세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 치사율·비행활동·봉군세력·발육도 등 종합평가

▲ 전경미 연구사가 이번에 개발한 꿀벌 반야외시험법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다.

시험은 양성 대조군, 음성 대조군, 시험물질을 각각 3회 반복 시험하기 위해 9개 터널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야외에서 나머지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알부터 유충, 번데기, 성체에 이르기까지 시험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각각 터널에는 선발된 알 200개가 들어있는 벌통이 넣어지고, 터널 입실 2~3일 사이에 약제처리가 이뤄진다. 약제처리가 진행된 후 꿀벌들이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약제에 노출되고, 이후 꽃가루, 넥타 등과 함께 벌통을 왕래하며 알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는 성장시기별 성장률과 탈락율 등을 수치화 한다. 꿀벌 치사 개체수, 비행활동, 봉군상태, 꿀과 화분의 소비면적, 알·유충·번데기를 포함한 소비면적, 발육도 등 전반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 연구사는 “종합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벌통관리, 벌 생육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만큼 양봉 전문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아직 시험이 2회 밖에 진행되지 않아 자료가 부족한 만큼 관련된 국내 자료가 다수 축적돼 관련 고시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꿀벌 반야외시험은 2016년부터 진행됐으며 농과원은 올해 시험법을 소개하고, 2020년까지 추가적인 시험을 진행 관련 자료가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구기관, 업계 등 관련 분야 참여를 통한 연계 시험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