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아픔 딛고 한우와 함께 꿈 이뤄

이상일 치우농장 대표는 2011년 1월 15일 아침을 절대 잊지 못한다.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소 153마리를 자기 손으로 묻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약물치료를 받을 정도였던 이 대표는 한우사육을 포기하기로 하고 급기야 농장을 내 놓고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산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던 그는 구제역으로 텅빈 농장에서 다시 시작했다.  200마리 규모의 일관농장으로 한우사육에 성공한 그를 만나러 경기도 평택으로 가 보자.

# 기르던 소 구제역으로 모두 매몰
 

이 대표는 구제역으로 기르던 소를 모두 매몰하고 다시 입식 하는 데 7개월이 넘게 걸렸다. 구제역이 종식되도 농장에 소를 다시 들이기 위해서는 청정화 작업이 필요한데 수차례의 소독과 물청소를 마치고 최종 시약을 살포해 반응이 없어야 비로소 청정화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농장 구석구석에 있는 똥을 끌로 일일이 긁어냈다. 청정화를 인정받고 나니 농장에 넣을 소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다행히 아버지가 소 유통을 했던 경험이 있어 전국으로 인맥이 많았는데도, 8월에 입식을 시작했는데 농장에 소를 채우는데 한달이 걸리더라구요.”

# 과감한 선택, 더 큰 수익으로 돌아와
 

치우농장은 지역 축협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배당금 메리트와 TMR의 편리성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 구간에 걸쳐 배합사료를 사용한다.
 

“사실 편한 길을 포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33개월간 TMR을 급여해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을 하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TMR을 포기하고 몇 개 회사의 사료를 비교 시험해서 급여한 결과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이 대표는 여러 단계를 거쳐 신중하게 우성사료를 선택했다. 성적도 좋아졌지만 투자 대비 수익도 꼼꼼히 따져 내린 결론이었다.
 

그 결과는 성적으로 증명됐다. 2017년 한우거세 27.6개월 34마리 출하 1등급 이상 97%, 도체중 438.5kg, 2015년 대비 출하 일령은 78일을 단축시켰다. 5년 전 우성과 인연을 맺어 꾸준하게 성적이 좋아지면서 번식우부터, 송아지, 육성비육,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간에서 우성사료를 쓰고 있다.
 

“한때 한우 800마리를 목표로 했었는데 별 의미가 없더라구요. 양보다는 질이라는 생각에 우선 암소들의 자질을 높이는 개량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출하된 소는 아직 개량이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출하 월령이 3~4개월 당겨지고, 도체중과 등급도 우리 지역 평균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우성의 프로그램은 유전적으로 뛰어나고 모든 영양소를 완벽하게 이용했을 때 28개월령에 800kg 출하를 목표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목표는 28개월 보다 2개월 앞당긴 26개월에 800kg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치우농장 소들의 덩치만 봐서는 월령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덩치 큰 소들이 즐비하다.
 

“축산을 늦게 시작한 핸디캡은 없습니다. 물론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배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수십권의 전문서적을 독파하고 지역의 단체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SNS 커뮤니티를 통해 나오는 정보도 잘 선별해서 필요하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농장을 방문해 궁금한 건 묻고 눈으로 확인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것을 따라 하기 보다는 우리 농장과 내 소에게 맞는 걸 찾아 적용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거지요”.
 
  # 노력하는 사람보다 무서운 ‘일을 즐기는 사람’
 

현재 치우농장에서 이 대표가 관리하는 가임 암소가 90마리다. 200마리 규모의 일관 농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혹한기인 1~2월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마리씩 송아지가 태어나는 셈이다. 농장의 암소를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이 대표가 90마리 암소의 개체 번호를 모두 외우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월등히 좋거나 기억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항상 세심하게 소를 살피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된 겁니다”.
 

매일매일 소들의 상태를 살피고 스마트 휴대전화에는 엑셀 서식으로 기록 저장한 암소 목록을 보고 분만 예정일 등을 차질 없이 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외워졌다.
 

“자질이 좋은 암소가 수태하고 10개월이 지나 분만할 때쯤이 제일 즐겁습니다. 특히 어미의 좋은 형질을 이어받아 우리 농장의 밑 소를 생산해줄 암송아지가 나오기를 빌며 새 생명을 기다리는 순간이 제일 즐겁고 행복합니다”.
 

노력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우사육을 즐기고 있다. 소의 볼을 쓰다듬으며 눈을 맞추고 소와 교감하는 그는 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소를 벗삼아 인생을 즐기는 진정한 한우인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