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살충제 3종 규제안 가결로 국내 농업계 비상
국내 살충제 시장 점유율 30% 넘어…‘인체 무해 살충제’ 인식 팽배
SS기 활용·농도 2000배로 희석 사용…유럽식 농업환경과 차이 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네오니코티노이드(NNI) 살충제 3종에 대한 규제안을 가결하면서 국내 농업계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는 국내에서 매우 낮은 인체 독성으로 ‘친환경 살충제’로 인식돼왔으며 내성·저항성 등에 대한 영향도 적어 가장 대중적인 살충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살충제 시장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의 시장 점유율은 30%가 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국내 농업계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 유럽 내에서 10년간 ‘논란’

EU 회원국들은 지난달 27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에 대한 추가 규제안을 가결했다. 이번 가결안은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 3종에 대해 모든 야외 사용을 금지하고, 벌과의 접촉이 없는 온실 내 사용만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또한 이번 가결안은 빠르면 이달 중 채택돼 연말까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꿀벌 위해성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꿀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시험이 국가별·지역별로 상이한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도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꿀벌 개체수 감소가 먹이나 서식지 부족, 병해충, 추위 등의 영향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네오니코티노이드에 대한 노출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자료와 평가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유럽 내에서조차 10년째 이같은 논란은 지속돼왔으며 여전히 이번 규제안이 과도하게 보수적이고, 농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 국내 사용량 30% 넘어

이에 따라 국내 농업계는 이번 EU 위원회의 규제안 가결 소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국내 살충제 시장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는 ‘인체에 무해한 살충제’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섰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성·저항성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약효도 뛰어나 이러한 대체재를 찾기란 쉽지 않고 대체재 개발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이 농업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농업인들 역시 국내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에 대한 추가 규제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약제 개발로 농업 생산비가 증가될 뿐만 아니라 약효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오남용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의 한 농업인은 “과수원 개화기에 살충제나 전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꿀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현재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는 내성·저항성 등의 문제와 관련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비싸지 않은 제품이다”고 말했다.

# 대량살포 따른 분진 비산 없어

전문가들도 이번 유럽 규제가 우리나라 농업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가 논란이 된 이유는 대량살포기를 통한 대량살포와 이에 따른 분진 비산 문제였다. 입제 성분 살충제를 넓은 경작지에서 대량살포기로 살포하다보니 꿀벌 등에 직접적인 노출이 있었고 이에 대한 영향 분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대량으로 살포해봐야 SS기를 활용하는 수준이며 보통 2000배 정도 농도로 희석해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식 농업환경과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꿀벌뿐만 아니라 살충제에 민감한 누에에 대한 영향 평가를 위해 9900㎡(3000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SS기를 활용해 시험을 해본 결과 살포지역에서 50m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영향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며 “유럽 규제로 우리도 환경생태계에 대한 경각심은 가져야겠지만 우리 농업 현실에 맞는 시험과 이를 통한 평가를 우선해 농업인의 지속적인 영농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행 규제로도 충분

이와 함께 작물보호제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에 대한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등지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위해성 논란으로 기존에 등록된 제품 외에 추가적인 신규 등록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기존 제품의 경우 등록 단계에서 이미 꿀벌 위해성 평가를 거쳤기 때문에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적정 사용량과 사용방법, 꿀벌 안전사용을 위한 안내 등이 약제에 표기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준수토록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2013년 유럽에서 벌 유인 작물에 대해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제한 규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도 2014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 살충제에 대해 신규 및 변경등록 제한, 개화기 사용금지 등 꿀벌 안전 관련 경고문구 강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달리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와 농업환경은 물론 양봉 방법, 꿀벌의 생리학적·생태학적 특성이 다른 유럽 기준을 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꿀벌 위해성과 관련해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최근 예비평가를 통해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는 우려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일본 농림수산성(MAFF)는 2016년 ‘네오니코티노이드와 벌군집붕괴현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호주 농약 및 동물약품청(APVMA) 역시 2014년 보고서를 통해 ‘제품 라벨 사용법에 따라 사용할 경우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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