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무늬만 친환경 육묘?

국가적 차원 관리·검사제도 구축 '허술'
일부 농업인 친환경 육묘 관리 필요성 못느껴
육묘 기술 공유·규모화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서정학 기자l승인2018.05.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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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의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는 ‘육묘’에 있어 국가적 차원의 관리 및 검사제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 회원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검증하는 아이쿱(ICOOP)생협과 현장 농업인들은 친환경 육묘 인증 단계에서 잔류 농약의 현장검사가 실시되지 않고 육묘일지만 제출하면 친환경 육묘로 인정돼 관리가 허술한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로 인해 일반 육묘가 친환경 인증 육묘로 바뀌어 유통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친환경 육묘 인증 단계의 사각지대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개선방안을 알아봤다.

▲ 한경환 산세로자연영농조합 대표가 운영하는 친환경 육묘장 전경.

# 친환경 육묘 관리 허술…일부 농업인 관리 필요성 못느껴

현재 육묘는 잔류농약에 대한 현장검사를 치르지 않고도 육묘일지 서류만 제출하면 친환경 육묘로 인증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친환경 육묘 재배과정에서 작물보호제가 혼입돼 아예 무늬만 친환경 육묘로 둔갑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르면 친환경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육묘부터 친환경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육묘부터 출하 단계까지 작물보호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거나 친환경 유기제를 사용해야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잔류농약의 직접 검사는 출하단계의 최종 농산물을 대상으로만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희성 아이쿱인증센터 인증농산물검증팀장은 “이처럼 허술하게 친환경 육묘 인증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일부 농업인은 철저하게 친환경 육묘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이어 “일부 육묘장에서는 같은 공간 내에서 일반 육묘와 친환경 육묘를 동시에 재배하고 있다”며 “칸막이나 가림막으로 한 공간의 구획을 구분해 육묘 방법을 달리한다지만 이는 공기 중 작물보호제 혼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방법이다”고 밝혔다.


# 자가·위탁 육묘 애로사항 있어

횡성군 둔내면 일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한경환 산세로자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친환경 육묘를 구하기 어려워 직접 자가 육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산물은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육묘단계에서부터 자신이 직접 관리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대표는 직접 친환경 육묘를 재배하는 농가의 고충도 설명했다. 친환경 농법은 작물보호제 대신 천적이나 자가 퇴비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천적지원사업(생물적해충방제사업)은 2010년 이후 중단된 상태이고 자가 퇴비 생산에 대한 지원도 전무한 상태라 농가 입장에선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둔내면 일대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이봉철 농업인은 규모가 영세하고 자금이 부족하거나 육묘 기술과 설비가 없어 실질적으로 자가 육묘가 불가능한 농가도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농업인은 “어쩔 수 없이 위탁 육묘를 시행하는 농가의 경우 친환경 육묘장을 찾기도 어렵다”며 “친환경 육묘장에서 받은 육묘에서 조차 잔류 농약이 검출되는 경우 허탈한 심정을 금치 못할 뿐이다”고 말했다.

▲ 한 대표가 자가 퇴비 생산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육묘 기술 공유와 농가 규모화 필요…정부 지원 뒤따라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대표는 인근 농가와 육묘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영세 규모의 농가들이 규모화를 이뤄 공동 육묘를 실시할 수 있도록 인력풀을 구성하고 정보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아이쿱생협은 친환경 위탁 육묘를 지원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례에 1322m2(400평) 규모의 친환경 육묘 센터를 건립했다. 검증된 친환경 육묘장이 늘어나야 농가도 안심하고 위탁 육묘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대표는 “무엇보다도 농가들 스스로 친환경 농산물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친환경 농법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고 친환경 육묘 단계에서의 현장검증을 강화한다면 떡잎단계부터 관리한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학 기자  sjhgkr@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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