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도 시장에서 공산품처럼 일정한 값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농업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그들의 소망은 이뤄질까? 요원한 일이다. 농축산물은 공산품처럼 시장상황에 맞춰 일정량을 단기간 내에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일정기간 재배나 사육을 해야만 생산이 가능한 신선식품이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늘 가슴조이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짧게는 한 달 후를, 길게는 3년 이후를 걱정을 해야 하는 게 농업인들이다.

한우농가는 ‘3년 반’이라는 먼 앞날을 보고 송아지를 번식시키고 사육한다. 지금 한우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 인공수정을 하게 되면 생산된 송아지가 3년 반 이후에나 큰소로 시장에 출하되기 때문이다. 한우마릿수는 가임암소 증감에 정비례한다. 가임암소는 2011년 말 정점을 찍었다. 이듬해인 2012년 소값 폭락사태가 발생하자 가임암소는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3월 132만1000마리로 최저점을 찍었다. 한우는 자본회수기간이 3년을 넘는다. 그러다보니 가임암소가 증가하기 시작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도 앞으로 다가올 수급불안정 사태를 걱정하는 게 현주소이다. 장기적으로 한우가격 변동주기를 11년으로 보면 한우농가들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한우마릿수는 2012년 정점을 찍었으며, 그 직전 해부터 가격하락이 시작, 2012년 폭락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4년 후 한우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우협회가 대안으로 ‘미경산우 비육 활성화방안’을 들고 나왔다. 송아지를 낳지 않은 처녀소를 비육시켜 시장에 팔면 송아지 생산을 줄일 수 있어, 3~4년 후 우려되는 수급불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한우협회의 판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후광을 업고 미국산 쇠고기가 물밀듯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이 방안의 효용성 여부를 떠나, 생산농가 스스로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중장기 수급안정방안을 들고 나 왔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방안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이다. 첫째는 재원확보이다. 지금처럼 송아지값이 비싼 상황에서 번식농가는 미경산우 비육보다는 송아지 생산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인센티브가 없으면 미경산우 비육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우협회는 미경산우를 비육해 출하하는 농가에 일정액의 재정지원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통계를 이용한 분석이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한우통계는 한우이력제 통계로 대체됐다. 반면 2012년 한우가격이 폭락할 때 통계는 예전 가축통계이다. 따라서 2012년 당시와 현재 상황을 통계적으로 비교, 앞으로 수급상황을 예측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인 수급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신선농축산물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예상돼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등은 중장기 한우수급안정방안을 마련하는데 나서야 한다. 그 첫 단추는 한우고기 자급률 목표 설정이다. 자급률 목표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도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자급률 목표를 낮추면 한우가격은 높아지지만 소비자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자급률을 높이려면 마릿수를 더욱 늘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일정수준의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FTA시대에서 무작정 자급목표를 올릴 수도 없다. 산ㆍ학ㆍ관ㆍ연은 적정한 자급목표를 설정하고, 시장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에 맞는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는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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