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장·정육점 가야 돼?…과거는 과감히 잊어라
집에서 온라인 경매·무인 자판기까지 등장…축산물 유통체계는 진화 중

축산물 유통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유통체계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제는 공판장에 찾아가지 않아도 회사나 집에서도 화상경매를 통해 한우 지육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자판기에서 축산물을 뽑아 먹기도 한다. 또한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블록체인 기술이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에 도입, 국내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전망이다.

현재 변화하고 있는 축산물 유통체계와 앞으로 다가올 유통 구조 변화에 대해 짚어본다.

 

-복잡·비효율적 유통구조 탈피
-회사나 집에서 화상경매 통해
-한우지육 손쉽게 구매
-유통비 절감…소비자價 부담 낮춰

# 경매도 집에서…‘축산물 사이버 경매’ 주목
일반적으로 축산물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 앉게 된다. 특히 범람하는 수입 쇠고기로 인해 매년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는 한우의 경우 유통 구조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에서 탈피해 회사나 집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한우 지육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태우그린푸드가 구축한 ‘축산물 사이버 경매’가 그 주인공이다.

▲ 태우그린푸드 MSPTV에서 운영 중인 ‘축산물 사이버 경매’의 스튜디오 전경. 축산물 사이버 경매를 이용하면 중계 및 상장 수수료 등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태우그린푸드는 기존 공판장이나 도매시장 경매 방식에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한 사이버 경매를 추진, 축산물 유통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 참여 방식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중계 및 상장 수수료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예약 출하로 농가에선 최적의 판매단가 시기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태우그린푸드 측의 설명이다. 

사이버 경매는 말 그대로 한우의 등급판정 결과나 도축장 등 지육에 대한 정보와 지육 영상을 보고 사이버상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경매 방법은 우선 한우농가가 태우그린푸드의 MSPTV 사이트를 통해 도축장을 지정한 뒤 출하를 예약하면 된다. 이후 해당 도축장에서는 도축된 지육의 정보 및 영상을 태우그린푸드 측에 보내고, 태우그린푸드는 MSPTV 사이트를 통해 입찰 참여자들에게 도축장에서 받은 지육의 정보와 영상을 송출시켜 입찰에 부치게 된다.

이같은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한우농가의 소득은 보장하는 한편 유통비용 절감으로 한우 소비자가격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도축장에서 공판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구매자에게 지육이 전달, 중계 및 상장수수료가 들지 않아 최종적으로 마리당 25만원 가량의 유통비용이 절감된다는 게 태우그린푸드 측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태우그린푸드는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고 부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이같은 자유경매 출하와 더불어 온라인을 통한 정가수의 매매 시스템도 구축, 판매자와 구매자의 예약 출하 및 구매도 가능케 했다. MSPTV 사이트에서 출하와 구매시기가 일치하는 생산자와 구매자의 매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농가는 한우 단가를 고려한 판매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육가공업체 등 구매자는 원하는 구매 날짜에 효과적으로 한우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아닌 일반 기업에서 한우 사이버 경매를 주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여러 장애요인이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 현물을 직접 보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신뢰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기존 유통의 관행을 깨는 일도 쉽지 않다.

조규근 태우그린푸드 대표는 “수입육이 범람하면서 상대적으로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자 한우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사이버 경매를 시도하게 됐다”며 “비록 현재는 중매인과 육가공업체들의 거래 관행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확산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미래에는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보는 사이버 경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로 간편 선호
-소포장된 축산물 제품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자판기서 구매

# 축산물 자판기 시대가 열리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는 요즘, 새로운 추세에 맞춰 소포장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픈 게 소비자들의 심정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무인유통기기, 즉 자판기를 이용한 판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새로운 시장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영역도 식품이나 공산품은 물론 농축산물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신선한 고기를 자판기로 판매하는 새로운 축산물유통 시스템이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 농협 안심축산은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소포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신선 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IoT 스마트판매 시스템’ 확산에 나서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안심축산분사(이하 농협 안심축산)가 운영중인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판매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IoT 스마트 판매시스템’은 양방향 통신으로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온도, 재고, 입고, 판매, 가격 등을 실시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식육 무인 판매기기 제품이다. 스마트 점포는 IoT 기능이 탑재돼 관리자와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며 원격 관리된다.

최신 기술의 밀폐용기로 제작돼 유통기한이 길고 최적의 온도로 품질이 관리되며 판매가격 원격 조정, 온도원격 관리, 재고관리 등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전국 동시 타임세일도 가능해 새로운 식육구매문화의 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농협안심한우’와 함께 탑재되는 ‘안심한돈’은 전남대와 함께 손잡고 새롭게 개발한 해송추출물 유황성분의 사료로 사육한 프리미엄급 한돈으로 맛과 육질에서 탁월한 차별성을 보이며, 기름기가 적어 지방 섭취를 꺼리는 여성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 안심축산은 혼밥족이나 맞벌이 가구가 많은 거주 지역과 편의점, 오피스텔, 리조트, 정육코너가 없는 하나로마트 등에 ‘농협 IoT 스마트 판매시스템’ 운영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농협 IoT 스마트 판매시스템은 지난 3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CU 삼송신원 2단지점’ 입점을 시작으로 ‘리솜스파캐슬덕산’과 롯데백화점 입점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판매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윤효진 농협 안심축산분사장은 “축산물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농협 IoT 축산물판매시스템’의 활성화해 한우고기 자급률 제고, 국내 양축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신뢰도 UP…축산물 유통체계는 '진화 중'
앞으로 축산물 유통체계는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통해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로 이름을 알린 블록체인은 일정 기간동안 온라인에서 확정된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이 시간 순으로 연결, 저장되는 기술이다. 해당 거래 데이터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들에게 전송 및 저장되며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우수한 보완성과 투명한 거래정보를 담은 기술인 블록체인은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되는 추세다. 여기에 축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 블록체인 분야별 시범사업’ 6가지 과제 중 하나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안한 ‘믿을 수 있는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이 선정됐다. 이는 축산에 블록체인이 도입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IoT(사물인터넷) 센서로부터 이력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블록체인으로 연계하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 이력정보의 실시간 공유 및 검증체계를 갖춰 국내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한편 각종 유통관련 서류에 대한 관리 부담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행 주체의 신고 내용에 의존하는 기존의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의 문제와 자료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확인이 미흡한 점을 보완, 이력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정확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본 사업은 우선 전북 김제의 ‘총체보리한우’를 사육하는 15농가 1500마리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실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블록체인을 기반한 축산물이력추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김채운 시루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국내 축산물에 관한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 소비자 신뢰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는 국내 축산물 소비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