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산어촌은 인구격차 만큼이나 큰 심리적, 사회적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많은 도시민들이 농산어촌을 단순히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능적 공간으로 여기고 있으며 일부는 가끔 머리를 식히러 찾는 휴양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 안타까움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최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농촌이 죽으면 국가가 침체된다”며 농업·농촌의 생력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농산어촌과 도시는 결코 별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산어촌과 도시의 상생발전을 위한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봤다.

▲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농촌]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여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한 나라도 많지 않다. 높은 경쟁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나친 경쟁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 경쟁의 기원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사는 것은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청년 실업도, 노년층 빈곤 문제도 지나친 도시화와 무관하지 않다. 반대로 고령화와 과소화로 활기를 잃어버린 농촌은 전반적인 위기 상황이다.

지난 3월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그동안 농업계가 주장한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이라는 용어가 명시돼 지역 간 균형발전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헌법 개정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중앙과 지방과의 상생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이번 대통령발 개헌안은 보여주고 있다.

지역간 균형과 자연과의 공존에는 농촌이 자리 잡고 있다. 농촌에 사람이 살만하고, 농촌이 깨끗하지 않고는 지역간 균형과 자연과의 공존을 논하기 힘들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이라 할 수 있다.

도농 상생의 가장 큰 자원은 뭐니 뭐니 해도 깨끗한 농촌과 그곳에서 생산하는 좋은 먹거리일 것이다. 이는 농촌이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이고 그 이익은 전 국민이 향유한다. 정부 정책의 본질이 공공재의 공급 행위라면 농촌 정책의 근간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도시민과 농촌주민이 상생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농촌은 쓰레기와 개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사를 짓는 곳이라면 어딜 가나 수거되지 않은 농약병이나 폐비닐이 널려있다. 한적한 도로변은 차로 실어다 버린 대형 쓰레기가 여기 저기 보인다. 유서 깊은 마을 숲이 방치되고 파헤쳐진다. 시멘트로 얼기설기 덧칠해진 오솔길과 실개천들이 농촌의 생태계와 경관을 망치고 있다.

농업과 농촌에 적지 않은 정부 돈이 쓰였지만 농촌의 모습과 환경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 보다는 그것을 해치는 힘이 컸기 때문이다. 농촌 공간을 돈벌이 무대로 생각하는 개발 커넥션, 자연이 주는 열매만을 취하려는 도시민 그리고 자기 동네 주변을 가꿀 의욕과 공동체가 사라져 버린 농촌 주민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의 도농 상생은 도시민과 농촌 주민 모두가 농촌의 공익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합심하는 것이다. 농촌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자기들이 사는 주변을 깨끗이 하는 노력이 이뤄질 때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1사 1마을 깨끗이 하기, 국토 대청소 운동과 같이 도시민의 동참이 이뤄진다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은 한 걸음 가까워 질 것이다.


 

▲ 서정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산업연구과 농학박사

# [산촌] 서정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산업연구과 농학박사 - 산촌거점권역 육성 사업으로 산촌을 살리자

우리나라 국토의 43.6%를 차지하는 산촌지역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또한 다양한 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녹색 휴양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산촌지역은 산림과 국토를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촌지역은 현재, 인구감소 및 고령화 등의 문제로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7년에 연구한 결과를 보면 2010∼2015년 사이에 나타났던 산촌지역의 세대별 인구변화율이 지속될 경우 2016년 144만명이던 산촌 인구가 2050년에는 82만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0년 내에 산촌에 사는 약 80~95%의 인구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해마다 도시지역에서 산촌지역으로 진입하는 ‘귀산촌’ 인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귀산촌 인구의 증가율은 6.4%로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율인 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귀촌자들이 농촌보다는 자연경관이 좋고 산림자원이 풍부한 산촌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림청은 이러한 실정에 맞춰 산촌지역에 ‘산촌거점권역 육성 시범사업(5개소)’을 공모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산촌거점권역이란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산림자원의 순환과 이용을 위해 지역자원의 활용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친환경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읍면 이상의 일정한 구역을 말한다.

사업은 먼저 젊은 층을 유입하고, 산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특화된 산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산촌을 경제·사회적 부가가치의 창출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산촌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친환경 정주공간 등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와 산촌주민·귀산촌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다. 

산촌거점권역 육성 시범사업은 기존의 산촌개발사업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사업은 대규모 시설을 투자하는 사업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핵심적인 산림자원과 잠재해 있는 자원을 연결해 산림자원이 순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한 사업의 추진은 지방정부와 생산자단체, 법인, 주민공동체 등 다양한 주체가 지역의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주민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상향식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주체별로 예산을 편성해 세부사업을 실행한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촌 자원을 발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촌주민 중심의 인적자원을 강화하고 도시의 인력자원을 활용한 중간지원조직, 지역전문가의 양성과 자생적인 성장이 가능한 조직체계 구축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이 사업이 잘 추진돼 잠재가치가 큰 숲과 다양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촌주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산촌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 [어촌]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지역발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도시와 어촌 상생위한 긍정적인식 확충해야

“2018해양수산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수산업이 우리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여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61% 가량이 우리 수산업과 어촌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해양안전사고 등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있으며 과거에 실시된 어촌에 대해 연상되는 이미지는 ‘더럽다’, ‘냄새난다’, ‘어구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도시와 어촌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이 가진 어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인식들을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추진돼야 하는 것은 수산업·어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홍보이며 특히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국내 교육과정에는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기능 등에 대한 커리큘럼이 전혀 없다. 공교육 과정에서 어촌 체험 등 체험학습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산업과 어촌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은 전혀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초등교육과정에서 공식화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정규 교육이 실시돼야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교사들의 교육매뉴얼 제작, 교사들에 대한 교육 등이 실시되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성인을 위한 홍보도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도어교류 사업의 대부분은 이벤트성 사업이다. 성인도 수산업과 어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많지 않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성인들이 우리 수산업과 어촌이 가진 본질적인 기능과 공익적인 기능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어촌사회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촌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도시민의 시각으로 봤을 때 ‘더럽고 냄새난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환경정화가 잘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어촌계를 중심으로 한 어촌사회가 마을 환경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사업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항의 유휴부지 등을 보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곳도 많고 이는 곧 어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의 어촌지원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어항이나 어항유휴부지를 잘 관리하는 어촌계 등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수협중앙회나 일선 수협 등 수산업계에서도 수산업과 어촌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적절한 홍보수단을 강구하고 이를 이행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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