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농어촌. 전문가들은 농업·농촌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도시와는 차별화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본적인 소득구조에 있어서의 차등 뿐 아니라 문화 · 의료적인 혜택에 있어서도 농어촌지역은 열악환 환경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도농간의 균형잡힌 복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모두가 행복한 농업·농촌 만들기’를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촌복지 현안과 대안

농촌 맞춤형 사회안정망 확충…사각지대 없애야

우리 농촌사회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귀농귀촌인의 급증, 인구의 초 고령화,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가족 및 지역공동체의 사회복지 기능 약화, 사회경제적 격차 확대 등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배제(박탈)를 겪는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복지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농업의 산업적 특성이나 농촌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농촌의 복지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농촌주민들의 사회복지서비스 체감도도 대체로 낮다. 또한 농촌에는 보건의료서비스의 물적·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도시에 비해서 크게 뒤떨어져 있다. 더구나 농촌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농촌형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개 시?군을 3~4개의 생활권역으로 나눠 ‘생활권역별 사회복지센터’를 구축하되 기존의 시설?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면 단위 이하 지역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농촌복지 증진과 관련, 농촌주민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군 및 읍·면 단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민간단체와 지역주민 주도로 공정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운영과 실천, 농촌복지정책 등에 관한 주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농촌복지 전문 인력을 양성, 읍?면사무소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이장, 부녀회장, 마을 유지 등을 마을복지 지도자로 육성해야 한다.
 

다음은 초 고령다문화 농촌사회에 부합하는 농촌 맞춤형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 인정액 및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산정할 때 ‘농업 및 농촌의 특성 반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농어업인의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을 위한 기준 소득금액(현재 월 91만원)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단기적으로는 산재보험 수준의 상품을 개발, 보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적 사회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끝으로 공공 보건의료 인력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는 농촌에 필요한 인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농촌 특화 교육 및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의 퇴직의사를 활용하는 ‘고향의사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의 ‘자치의과대학’을 벤치마킹해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립공공의료대학(전북 남원 소재의 폐교된 서남대 의과대학의 인프라를 활용, 49명 정원으로 2022년에 개교 예정)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지원하고 이를 점차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 김미희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 청년 발길 이어지는 ‘젊은 농촌’

청년층 붙잡으려면 교육정책 뒤따라야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이에 따른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연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농촌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6년 기준, 전국 고령화율은 13.6%였다. 농촌지역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높은 21.5%였으며, 면(面) 지역의 경우 28.1%에 달했다. 과연 농촌은 청년들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일까. 농촌진흥청에서는 2017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를 통해 농촌 청년층 가구(만 19세~40세 미만)의 특성과 농촌생활 만족도를 살펴본 바 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청년층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79.3%)이었다. 평균 거주기간은 4.9년이다. 3가구 중 2가구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2세대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절반 이상이 3~4명의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삶에 대한 행복감을 보면 청년층의 경우 67.9점으로 전체 농촌지역민의 평균 61.6점보다 높은 편이었다. 58.2점인 노년층과 비교해서도 꽤 높은 점수다. 청년층의 행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족이며, 그 다음이 경제적 안정이었다. 농촌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청년층이 58.1점으로 전체 농촌 가구의 58.3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사 결과, 농촌 청년층 가구와 노년층 가구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청년층 가구의 경우, 안전이나 경제활동, 교육, 보건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안전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영역에 대한 만족도는 경제활동 50.9점, 교육 46.0점, 보건의료 44.7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반면 노년층 가구에서는 교육의 중요도를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으며, 복지의 중요도는 높게 평가했다.
 

농촌의 경제활동, 보건의료 여건은 농촌에 거주하는 모두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교육’은 2세대 가구의 비중이 큰 청년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청년층이 살만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대책이 마련돼야 할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청년층 가구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주해 와 농촌에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다시 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다행인 것은 농촌에 거주하는 청년층의 행복감이 노년층의 행복감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분석해야 할 부분이지만 어쨌든 그 숫자만큼은 ‘젊은 농촌’을 향한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한다.
 

국내외 석학들이 미래 세계를 이끌 산업으로 농업을 주목하고 있다. 농업이 가진 가치와 무한한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일궈낼 청년들 없이는 모래 위 성 쌓기일 것이다. 청년층의 생기와 역동적인 아이디어, 여기에 노년층의 지혜가 어우러진다면 우리 농촌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 

#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 - 농촌복지 도시복지와 차별화해야

정부지원 의료복지 ‘선택 아닌 필수’

농업·농촌의 복지는 소득보전이나 도시의 복지와는 다른 개념이어야 한다. 농업·농촌에 대한 지원을 생각하면 보통 소득보전을 생각하는데 농산물 등의 생산품에 대한 가격지원은 수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득보전을 위한 가격지원과 복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농촌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보전하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인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성실히 임하고 국가의 식량안보, 농촌의 가치를 지키는 다중적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도시민보다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노년층이 많은 농촌에서 가장 중요한 복지이며 필수 요소인 의료 혜택에 있어서는 의료진이 농촌에 들어오지 않아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병원을 농촌에 유치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지원으로 병원을 지어서 복지로 의료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농업소득만을 가지고 도농간의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다. 도농간의 발전을 위해서도 생활에 필요한 제도를 복지차원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도 우리 농축수산부문에 종사를 해서 농촌을 끌어가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농촌에 오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비근한 예로 농촌의 학교들이 연달아 폐교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교육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이 먼 거리에서 다닐 수 있도록 버스 운송 수단을 지원하다던가 보다 다른 형태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협동조합의 기본원칙 중 지역사회의 관심과 기여의 원칙이 있다. 지역사회에 교육도 시키고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농협에서는 문화 서비스, 교육 지원 등의 사업을 많이 하는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자체와 함께 하는 복지차원의 문화 강좌가 마련됐으면 한다. 지방 소도시를 다니며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농어민들이 강의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농업?농촌에 문화적 지원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느낄 때가 많다.
 

노인인구가 많은 농업 ·농촌을 위해서 노래교실, 서예 등 다양한 문화강좌를 비롯해 전연령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 등도 확대해 농업인들도 보다 높은 차원의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 이승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 교육·문화·복지 인프라 구축해야

경제적인 타당성 벗어난 복지개념 필요

“어촌의 복지는 공간적인 측면과 직업적인 측면으로 나눠서 접근해야한다. 먼저 공간적인 측면을 보면 어촌의 인구가 유출되면서 기본적인 교육·문화·복지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 실제로 어촌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 등과 맞물리며 폐교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촌에서 수산업을 영위하더라도 읍내에 거주하면서 먼 거리로 출퇴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타당성으로만 현 상황을 본다면 어촌의 복지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수산업을 영위하는 어업인에 대한 복지의 측면이 있다. 연안 어촌마을에는 어업인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한다. 단순히 어촌이라는 공간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안되는 이유다. 어업을 직업으로 하는 어업인들의 작업특성을 감안한 질병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조선대, 인제대 등의 대학에 어업안전보건센터를 설립, 질병의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업인들의 질병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칠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지원이나 치료과정 등에서의 지원은 아예 없는 실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쉬운 예를 들면 보호경이나 동상대비물품의 개발·지원 등이 있다. 바다에 나가면 햇볕이 굉장히 강렬해 안과쪽의 문제를 호소하는 어업인들이 많다. 또한 조업은 주로 겨울철에 이뤄지기 때문에 동상 등에 노출되기 쉽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업인에게 적합한 보호경을 지원하거나 동상에 대비한 지원은 이뤄지지 못한다.
 

더불어 복지사업의 주체도 정부에서만 기대서는 안된다. 수산분야에서는 어업인들의 자조조직인 일선 수협들과 수협중앙회가 있다. 수협차원에서 어업인 조합원을 위한 물품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이나 공동구매 사업 또는 지원사업 등을 통해 어업인이 만성적으로 겪게 되는 질환을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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