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위판장은 어쩔 수 없어”, “수산업의 특성을 몰라서 그래”, 수산물의 어획후관리 문제를 취재하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비린내가 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 수산물을 다루는데서 비린내가 안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 수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연 그럴까? 지난 16~18일 방문한 서일본의 어시장에서는 비린내가 없었고, 바닥경매와 같은 비위생적인 수산물 유통관행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완벽히 차폐된 수산물 유통시설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조류에 의한 수산물 오염을 막을 수 있도록 철조망까지 쳐놓았다.

이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수산업계의 문제의식과 노력부족이었다. 수산업계에서는 그동안 수산물 유통과정에서의 비위생적인 관행들을 당연한 듯 받아들여왔다. 그 결과 깨끗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수산물은 국제적으로 교역이 매우 많은 품목이고 FTA(자유무역협정)가 확대되면서 국내산 수산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산 수산물이 비위생적인 유통과정의 문제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면 국내 어업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낙후된 시설에서도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시설이 낙후되서’라는 변명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현대화가 아니더라도 손씻기, 장화갈아신기 등 작은 변화로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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