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해기사가 꿈꾸는 미래 이뤄나갈 수 있어야"
어선원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연근해어업 미래는 불투명
열악한 사회적 인식·불투명한 미래 '승선기피'

▲ 해기사들은 청년들의 승선기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우개선과 어선원의 미래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2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영상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어선원 승선기피 현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근해어선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급여 등의 문제로 청년층의 연근해어선 승선기피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필수승선인력인 해기사는 훈련된 간부선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젊은 해기사들이 어선에 승선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본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2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대형선망어선에 승선중인 20대 해기사 3명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근해어선 승선기피 문제 해소를 위한 어선현대화 방안 모색-청년 해기사의 눈으로 본 연근해어업’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 한다.

△주  최 : 농수축산신문·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일  시 : 2018년 5월 2일(수) 15:30~17:30
△장  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영상회의실
△좌  장 :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
△패  널 : 김민수 혜승수산 항해사, 박성규 금성수산 항해사,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정재현 금아수산 항해사,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선형개발단장, 최완현 해양수산부 어업자원정책관 (가나다 순)
△배  석 : 권민철 위성곤의원실 비서관, 권종현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사무국장, 마일도 대형선망수협 지도과장, 서범석 해양수산부 어선정책팀 주무관,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
△정  리 : 김동호 기자, 이미지 기자
△사  진 : 김동호 기자

 

△<좌장> 류정곤 학회장=오늘 좌담회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의 공동주최로 열린 수산인력 육성 및 지원방안 토론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연근해어업의 선원인력난이 심각해 이 추세대로라면 우리 수산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늘 참석해준 젊은 항해사들로부터 선상근무 여건에 대해 들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보자.

 

△김민수 항해사=해양과학고 졸업 이후 대형선망어선에 승선한지 5~6년 가량됐다. 현재 받고 있는 급여는 육지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노동강도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고 느낀다. 근무환경을 보면 간부선원의 당직시간은 정해져있는데 사실상 24시간 대기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젊은 해기사들이 받는 급여가 낮은 실정이다.

 

 

 

△정재현 항해사=직장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진입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산업에서 미래비전을 찾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는 아닌 것 같다. 이대로 승선을 이어갈 경우 선단의 한 선박에서 선장이 될 수 있다. 선장이 되면 선박과 선원에 대해 많은 책임을 안아야 하는데 이같은 높은 책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본다. 주위에 항해사를 하면서 선장을 꿈꾸고 있는 젊은 해기사들이 있는데 미래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성규 항해사=대형선망어선에는 장기간 승선한 사람들이 많은데, 배를 타면서 들었던 생각은 새로 진입한 젊은 사람들보다 장기간 승선한 사람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젊은 항해사들이 성장하고 수산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장기간 승선했던 사람이 중심이 되다보니 어선에 승선한 또래들은 힘들어 한다.

 

 

△서범석 주무관=이 자리에서는 해수부 어선정책팀의 주무관이 아닌 전직 원양어선 항해사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예전에 원양선망어선에 4년간 승선했었는데 어선원들은 결국 수익이 목적일 수밖에 없다. 배를 호텔처럼 만들어준다고 해도 수익이 안되면 타려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가지로 나눠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어선현대화를 통해 나이가 있는 사람들을 유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청년들을 위해 미래비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선주나 선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데서 청년들의 승선기피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연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전혀 없다. 대형선망어선은 연근해어선 중 가장 규모가 큰 선단임에도 불구하고 운반선에 승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급 항해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다.

또한 어선에서 승선한 경력과 승선을 통해 얻은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가 없다. 상선해기사는 궁극적으로 도선사를 꿈꾸는 데 어선은 그런 것도 없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어선원들의 전문성을 우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는 해기사라고 말하지만 해양수산계에서 어선원은 해기사라고도 부르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속된 말로 그냥 ‘뱃놈’이다. 운항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그냥 ‘뱃놈’일 뿐이다. 이같은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류정곤 학회장=안전이나 복지의 측면에서는 어떤가. 기존에 어선에 승선했던 사람들은 몸에 익어서 잘 못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젊은 층이 느끼기에 현재 선박시설의 안전이나 복지여건은 어떤가.

 

△최완현 정책관=해양수산부에서는 젊은 층이 어선어업에 진입하지 않는 것을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늘 젊은 해기사들께서 기탄없이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서 적극 반영하겠다.

 

 

△정재현 항해사=어선에서 근무하는 환경만 생각한다면 매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침실의 폭이 굉장히 좁은데다 매트리스도 없이 이불만 깔고 잔다. 샤워실도 전기온수기로 물을 끓여서 씻는데 샤워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씻기가 어렵다. 또한 위생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생활공간에도 먼지가 굉장히 많고 배가 노후화되다보니 녹이난 부분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밥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다보니 위생적인 부분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박성규 항해사=일단 공간이 너무 좁다. 누우면 몸에 딱 맞을만큼 침실이 비좁고 층고가 낮아서 제대로 앉아서 책을 읽을수 조차 없다. 자기만의 공간이 너무 좁다. 샤워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업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씻는 것도 힘들다. 또한 인터넷도 할 수 없는 배가 너무 많다. 일부 배에는 중계기가 설치돼있어 배안에서도 친구들과 소통을 할 수 있지만 많은 배가 이런 시설이 전혀 안돼 있다.

 

△엄선희 부연구위원=해양과학고에는 여학생들도 있다. 여학생들이 승선을 해서 근무를 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을 놓고봤을 때 여자동창생들이 어선에 승선해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김민수 항해사=승선을 한다해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을 위한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을뿐더러 선배 선원들이 이같은 환경에 익숙해진터라 비위생적인 부분도 많이 보인다. 남자인 나도 처음에는 굉장히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여학생들의 경우 체력이나 전문성이 따라준다해도 이같은 문제점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정곤 학회장=최근 어선사고가 증가세에 있다. 어선사고와 조업중 발생하는 안전사고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송한 단장=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이 충분히 개발돼 있다. 또한 현재 어선의 문제로 발생하는 사고는 기술개발을 통해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무리한 조업에 따른 인재다. 특히 오늘 참석한 항해사는 연근해어선중 시설이 가장 잘 갖춰진 대형선망어선이다. 대형선망어선에도 사고가 나는 것은 인적과실에 의한 측면이 많은 만큼 과도한 조업의지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완현 정책관=사고의 대부분이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견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다. 어업은 잔잔한 파도에서만 조업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선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의 측면에서는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어업자원정책관실에서는 선원들이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류정곤 학회장=어업분야에서 발생하는 재해율은 건설업보다 8배가 높고 제조업보다는 10배가 높다. 이처럼 재해율이 높은 것은 어업의 작업환경 영향도 있지만 제도적인 미비점도 있다고 본다.

△엄선희 부연구위원=어선현대화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소형어선들도 승선해봤는데 정말 강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배가 내 집처럼 편안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해사들께서 느끼는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박성규 항해사=어선에서 근무하면서 손이 으스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고 허벅지가 부러지는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다. 배를 20~30년 가량 탄 선배 선원이 사고가 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무서워서 배를 더 못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고 이후 내가 그 일을 맡게 됐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부주의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 같다.

△진송한 단장=수산분야에서는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하면 ‘내가 부주의해서’ 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장비나 작업방식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육상작업의 경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보호장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나 어선에는 이를 갖추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안전사고에 대한 연구나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이제까지는 어선원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 샤워실이나 화장실, 침실 등의 공간을 중심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오늘 좌담회에 와서 항해사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히 복지공간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어로시스템을 바꿔서 어선원들의 노동강도를 낮추고 사고를 저감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정곤 학회장=우리나라는 OECD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어선은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선복량을 기준으로 한 어선 제도와 오로지 어획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다보니 선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진송한 단장=선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어선은 1년에 3~4번 밖에 있지 않을 만선시를 대비해 어창을 과도하게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만일 어획이 굉장히 잘돼 만선을 했다하더라도 파도를 잘못맞으면 배가 쓰러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선주들은 선원들의 정주공간보다 자신의 수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선원 복지를 위한 공간이나 위생, 휴식 등에 필요한 공간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일단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선형개발 연구에서는 어획량이 줄어들더라도 경비를 절감해 수익성을 확보해주는 쪽으로 추진중이다.

△최완현 정책관=그동안 정부에서 연근해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력화 작업을 많이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결국 선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하는데, 선주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결국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간 정부에서 어선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외국을 가보면 700~800톤급 어선에 단 9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을 봤다. 우리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해수부에서 240억원을 들여 차세대 선형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마중물로 해서 어선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엄선희 부연구위원=선주들은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요즘에는 외국인 선원도 연승어업 등 노동강도가 센 어선은 승선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열악한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한국인 선원을 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 선원도 못구하게 될 것이다.

△류정곤 학회장=미래의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자리는 현재의 문제점과 함께 미래의 희망을 논하고자 마련했다. 어선어업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정재현 항해사=우리는 젊다. 목표나 희망이 있다면 어려움이 있어도 뚫고 나갈 용기가 있다. 하지만 어선어업은 사양산업이고 시대변화에 뒤떨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어선에 계속 승선했을 때 최종적인 목표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어선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해기사들이 어선에 승선하면서 미래를 꿈꾸고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진송한 단장=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원에서 시작해서 CEO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어선에 승선했을 때 이런 미래 비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류정곤 학회장=수산업계가 어선원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조직문제가 크다. 타 산업의 생산의 3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인데 어선어업은 어장, 어선, 선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부에서는 어선원업무를 전담할 부서가 없다.

△엄선희 부연구위원=현재 해수부의 업무분장상 선원업무는 선원정책과와 소득복지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선원정책과는 상선중심으로 사고하다보니 어선원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소득복지과는 보험 등을 중심으로 어선원문제에 접근한다. 즉, 어선원 관련 업무에는 공백이 있는 것이다. 어업자원정책관실은 연근해어업 생산의 전 영역에 대한 정책업무를 수행해야하는 만큼 어업자원정책관실에서 어선원업무를 총괄해야한다.

△최완현 정책관=이는 내부적인 문제가 컸다. 수산청과 항만청이 합쳐져 과거 해양수산부가 만들어졌었다. 부가 만들어지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공통업무들을 한데 묶으면서 20톤 이상의 선원 관련 업무가 선원정책과로 이관됐다. 어선원의 문제는 생산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류정곤 학회장=어선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연근해어업의 미래는 없다. 어선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선원법이나 선박직원법은 어선원의 특성이 반영돼 있지 못하다. 가칭 ‘어선원 복지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어업자원정책관실에서 선원업무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어선원이 ‘극한 직업’이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선원의 성공사례를 TV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여러 정부지원정책을 청년 어선원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봤으면 한다. 오늘의 좌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수산업계가 어선원 승선기피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실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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