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어시장 어떻게 다른가
수산물 긴 상온 노출시간·노동집약화 VS 단시간내에 저온시설입고·기계화로 인력수요↓


국내 수산물 산지위판장과 시장들은 시설노후화와 종사자의 식품 위생·안전성에 대한 인식 미비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획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서일본 지역의 어시장과 국내 최대의 산지 수산물 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의 현황에 대해 비교해보고 개선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上-<르포> 서일본 어시장을 가다
  下-일본 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과 어떻게 다른가

▲ 서일본 어시장은 사회 여건변화에 대응해 시장 내 유통과정을 기계화하는 동시에 수산물 위생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 9시간 VS 3시간
부산공동어시장과 서일본 어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장된 수산물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다.

서일본의 어시장은 입항한 어선에서 수산물을 양륙해 선별, 경매를 거친 후 저온시설까지 입고되는데 3시간 남짓 소요, 수산물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은 3시간 안쪽이다.

반면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수산물의 양륙·선별·경매 이후에도 상온에서 소비지로 발송하기 위한 포장작업이 이뤄진다.

성어기를 기준으로 보면 양륙과 선별, 경매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6~8시간이고 경매를 마친 수산물을 소비지로 발송하기 위해 재선별하는 과정이 1~2시간 가량이다.

이처럼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보니 수산물의 선도와 상품성이 저하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부산공동어시장은 시설현대화시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노동집약화 VS 기계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양륙·선별이 이뤄진다면 서일본 어시장은 인력수요가 적은 기계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대형선망어선 운반선이 입항하면 크레인으로 어획물을 집어서 리어카로 옮겨담고 이를 항운노조원이 경매장소로 옮긴다.

또한 항운노조원이 1차선별을 마친 어획물들은 경매를 실시, 낙찰자가 결정된 수산물은 또다시 항운노조원이 소비지로 보내기 위해 재선별과 포장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항운노조원은 성어기를 기준으로 최대 1000여명이다.

반면 일본은 대부분이 기계를 이용한 작업이 이뤄진다. 서일본 어시장에 입항한 대형선망어선의 경우 크레인을 이용해 수산물을 선별기로 바로 투입하며 어획물은 선별기에서 크기별로 자동으로 선별된다. 또한 수산물의 상·하차나 운반작업은 모두 지게차 등 중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로 이뤄지다보니 필요인력은 선별기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혼획물을 찾아내는 작업자와 장비를 운행하는 인력 수준에 그쳐 필요인력은 100~300명 수준에 머무른다.

서일본어시주식회사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더욱 빨리 경험한 상황”이라며 “마츠우라 지역에도 어시장에 근무할 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비위생적 나무궤짝 VS 위생적 표준어상자
부산공동어시장은 여전히 비위생적이며 식품 유통시 위해요소가 될 수 있는 나무궤짝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바닥경매’가 이뤄지고 있어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플라스틱으로 된 표준어상자를 이용하고 있으며 수산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내려놓는 경우가 없다.

특히 표준어상자는 지게차 등을 이용한 작업이 용이한 구조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시장내 물류에 있어 효율성이 높다.

더불어 공동어시장에서는 어획물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어획후관리 관련 기술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반면 마츠우라 어시장을 비롯한 어시장에서는 다양한 어획후관리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마츠우라 어시장의 경우 일본내에서도 최초로 위생시설이 완비된 출하시설인 ‘오사카나돔’을 설치했으며 시장에서 사용하는 해수는 자외선 살균으로 무균화하고 이를 양륙된 수산물에 사용하는 등 고선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공동어시장 현대화, 일본 넘어서야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사업은 일본의 수준을 뛰어넘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수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공동어시장은 현재 현대화사업을 위한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대화사업의 대부분은 수산물 위생·안전성 개선을 위한 시설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 기술개발로 다가올 사회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은 “소비지의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수산물의 특성상 산지시장에서 이같은 4차 산업혁명 요소 기술들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연근해산 수산물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양수산부가 스마트 청정위판장을 위한 인프라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부산공동어시장에서도 단순히 하드웨어만을 개선하려 들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며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산지시장 수준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기술집약적 형태로 생산되는 수입수산물에도 대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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