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벌꿀 흉작…재해 지정돼야"

“양봉산업은 단순한 꿀 생산의 차원을 넘어 농작물 수분 등 공익적 가치 측면에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산업입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양봉산업은 농작물 수분 가치만 따져도 6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이상기온으로 벌꿀생산에 문제가 생긴 만큼 재해지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해 벌꿀 생산액이 5000억원에 그친다고 양봉농가의 어려움을 외면하면 국가적 재앙이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전국 양봉농가는 재해지정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정용 벌 공급 중단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분위기다.

김 조합장은 “양봉농가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양봉농가보다 딸기, 수박 등 벌에 수분을 의존하는 농업인이 먼저 일어설 것”이라며 “재해지정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 주든지, 정책자금을 무담보·무이자로 지원하든지 뭔가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조합 차원에서도 벌꿀 납품 선도금 45억원에 대한 상환을 1년간 유예하고 외상으로 공급한 양봉자재 구매비 53억원에 대한 이자도 내년 꿀 생산 시까지 유예하거나 탕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양봉농협은 이에 더해 사료비 일부 지원과 스텐인레스 드럼 임대비 탕감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20억원 상당의 자금이 지원되는 셈이다.

김 조합장은 “그나마 조합원들은 조합의 지원이라도 받는다”며 “재해지정이 반드시 이뤄져 벌꿀흉작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전체 양봉농가가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인 양봉산업 유지와 관련해서는 “국가시책으로 대대적인 밀원수 식재에 나서야 한다”며 “매년 산림청에서 실시하는 숲가꾸기사업과 수종갱신사업 시 밀원수를 일정부분 식재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산림직불금제도를 도입해 밀원수를 심는 산주들에게 직불금을 지원, 밀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양봉농협은 기존 거래처와 군납 등에 최소 3000드럼의 꿀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상기온으로 전국 벌꿀생산량이 지난해의 10~20%에 그쳐 원료꿀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김 조합장은 “전 직원을 채밀현장에 파견해 벌꿀 수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워낙 흉작이라 원료꿀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벌꿀공급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노력해 개척한 거래처가 끊길 수도 있어 요샌 잠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두루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벌꿀흉작으로 어려움에 놓인 양봉농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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