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잦은 강우 영향…마늘·양파도 피해 '심각'

지난 겨울 혹한에 이어 지난 3~4월 이어진 저온과 지난달의 잦은 강우까지 잇따른 이상 기후로 조생종 사과와 양파, 마늘 생육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 산지 농업인들에 따르면 조생종 사과는 냉해로 인해 최근 열매가 노랗게 변하고, 씨방이 마르며 낙과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잦은 강우와 가을 고온 지속으로 저장양분이 나무에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겨울한파를 겪으면서 수세가 약해졌고, 지난 3월 고온, 4월 저온으로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어 최근 야간 저온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낙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는 “지금이 적과시기인데 따서 버리려는 사과 외에 멀쩡한 사과도 떨어져 농업인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며 “낙과 외에도 수세가 약해 열매가 노랗게 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지만 냉해와 잦은 강우로 생육이 저하되면서 대과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노균병, 잎마름병까지 발생하며 피해면적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양파 주산지인 전라남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자연재해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상엽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산지 농협과 현지조사를 실시했으며 도매시장 가격을 지지하는 대과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대과를 수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락시장에서도 정부가 aT나 농협을 통해 대과를 수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정수 한국청과 전무이사는 “중·소과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어렵고 중국집을 비롯한 음식점, 식자재 업체에서도 대과를 선호한다”며 “대과물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양파가 시장을 점령하고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늘 역시 제주도를 중심으로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마늘은 저온에 잦은 강우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여기에 더해 2차적인 병해 발생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단수 감소와 품위저하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의 한 농업인은 “원래 마늘을 뽑으려면 힘을 꽤 들여야 하지만 지금은 쪽파를 뽑는 것처럼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뽑힐 정도”라며 “올해 이상기후로 인해 좋은 품질의 마늘을 수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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