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권한없는 수산자원조사원, 이대로 괜찮은가
어업인 조사거부·폭언도…수산자원관리 위해 인식전환 '절실'

수산자원관리정책에 있어 TAC(총허용어획량) 제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TAC 대상 어종의 어획량을 조사할 수산자원조사원들에게 부여된 권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관리정책협의회 TAC워킹그룹의 권고안에 따라 TAC대상어종에 멸치, 참조기, 갈치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산업계의 전문가들 역시 효율적인 수산자원관리를 위해서는 TAC대상어종을 대폭 확대하고 양륙지 관리를 통한 자원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자원조사원들은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조사원들이 어획물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 누구도 협조하지 않는 조사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권한은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지만 어업인과 수협 모두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 12조에 따르면 해수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수산자원의 조사나 정밀조사, 평가를 위해 필요시 소속공무원이나 수산자원조사원에게 수산물 산지시장 등을 조사토록 할 수 있다. 또한 시장 관계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조사원의 조사를 거부·방해·회피해서는 안되며 어선소유자나 선장은 원활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인과 수협 모두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일선 수협에서는 수산자원조사원이 퇴근할때까지 선박의 입항 예정시간 등을 알려주지 않다가 조사원이 퇴근하고 나서야 전화를 통해 알려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일부 수협에서는 해당 조합의 위판실적을 늘리기 위해 선주들로 하여금 수산자원조사원이 퇴근 이후에 입항할 것을 유도하기도 한다.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거나 방해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대게 등 고가 어종의 경우 상품성 저하 등을 이유로 조사원들이 어획량 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반발하는가하면 금지체장이나 금어기 등 수산관계법령 위반사항 적발시 어업인들이 수산자원조사원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수산자원조사원은 “법적으로는 조사원들에게 권한이 부여돼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업현장에서 우리가 하는 어획량 조사에 불만을 갖고 비협조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수산자원은 공유재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수산업계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사거부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있어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70조에 따르면 같은법 12조에 따른 공무원이나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회피할 경우나 자료제출 요구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와 병행되는 행정처분 등이 없는 터라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원양어선에서 승선옵서버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조사에 비협조적인 어선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어획쿼터를 감축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과 대조된다.

수산자원조사원은 민간인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할 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방해 등에 있어 보다 강력한 제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수산자원조사원에게 부여된 권한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조사방해에 대한 처벌까지 약할 경우 TAC 어종의 어획량조사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며 “TAC제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륙지에서의 관리인만큼 조사원들의 조사방해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일환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수산자원조사원들의 권한이 미약하다는 문제점을 해소키 위해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선은 조사원들의 원활한 조사업무 수행을 위해 각 어업관리단과 공조체계를 강화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 TAC 조사 인프라확충 필요
양륙지 중심의 수산자원관리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TAC조사를 위한 인프라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기존에 70명이던 수산자원조사원을 올해 85명까지 증원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TAC대상어종의 지정 양륙항은 118개인 터라 조사원이 85명까지 증원된다하더라도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은 양륙항이 대부분인터라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쉽지 않다.

특히 현재 해수부에서 TAC대상어종으로 멸치, 갈치, 참조기 등 3개 어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어획량 상위 20개 품목에 대해 TAC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터라 조속한 시일내에 조사원들을 증원하고 원활한 수산자원조사업무를 위한 사무실 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조사 없이 판매 못하도록 해야
TAC제도가 주요한 수산자원관리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조사 없이는 수산물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으로는 수산자원조사원들이 샘플링조사 조차 하지 않더라도 판매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수산업계의 반발로 인해 대형선망어업과 같은 기업형 어업에도 단 한명의 승선옵서버를 배치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수산자원관리문제를 어업인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TAC대상어종의 정확한 자원관리를 위해서는 수산자원조사원들이 조사를 마치지 않은 어획물들은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삼 실장은 “TAC를 통한 자원관리를 위해서는 조사원들의 조사를 거치지 않은 수산물의 판매를 제한해 실효성있는 양륙지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조사원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제도개선이 이뤄질 경우 수산물의 유통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는 만큼 조사원을 대폭 증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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