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믿지 않았지…제값 받고 팔아주니 고맙지”
유기농 산나물 선물용·꾸러미 등 판매…지난해 론칭해 목표대비 2배 실적

문경시에서도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농암면 궁터마을. 여느 산촌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젊은 처녀농부 이소희 씨(소담 대표·사진)와 지역 할머니들의 꿈이 유기농 건나물 브랜드 ‘소담’을 통해 자라고 있다.

소담은 고사리, 취나물, 토종다래순 등 인근 청화산을 중심으로 산에서 나는 나물과 직접 재배한 유기농 산나물을 취급하는 유기농 건나물 브랜드이다. 지난해 처음 론칭해 목표대비 2배가 넘는 실적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령의 지역 어르신들과 젊은 처녀농부의 꿈을 담아 만들어지고 있어 더욱 유명하다.

# 고령 어르신 제값받게 하고 파

“1kg에 1만7000~1만8000원하던 건취나물을 타지에서 트럭을 몰고 온 유통인에게 절반에서 3분의 2가격에 판매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심지어 그 나물이 강원도산으로 둔갑해 판매된다는 사실에 경악했죠. 그래서 할머니들을 찾아가 ‘내가 팔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서라. 니가 무슨 수로…….’라시던 할머니들을 설득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힘들게 채취하거나 유기농으로 재배해 말린 산나물을 유통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이 씨가 소담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제값을 받아주기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 안심 먹거리, 소포장으로 ‘인기’

이 씨는 우선 마을을 찾아왔던 유통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을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비싼 가격에 산나물을 판다는 생각보다 눈앞의 철부지 아가씨가 저걸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이에 이 씨는 ‘예쁘게 디자인된 포장으로 소분해 판매하면 지금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이윤도 남길 수 있다’고 한참을 설명한 끝에야 겨우 할머니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씨의 손을 거친 건나물들은 30g, 50g, 70g 등 다양한 규격으로 소포장 됐다. 선물용과 농산물 꾸러미 등으로 판매가 이뤄졌으며 지난해 1월 ‘소담’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자등록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이 씨는 어엿한 소담의 대표이자 청년CEO가 됐다.

할머니들과 함께 건강한 산채 먹거리를 생산, 편리함과 안심이라는 소비 트렌드에 큰 호응을 얻으며 소담 신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 지역 할머니를 위한 브랜드 ‘소담’

▲ 지역주민인 할머니들이 청화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손질하고 있다.

소담은 지역 할머니들을 위한 브랜드이다.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산나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화산 임야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을 채취한다. 할머니들은 아침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청화산에 간다. 할머니들의 행선지는 이 대표네 임야나 이 대표 부모님이 임대한 국유림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내려오는 길에 이 대표에게 채취한 나물을 판매한다.

이렇게 모아진 나물을 말리고, 포장할 때는 할머니들이 아르바이트로 참여해 농외소득을 올린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할머니들이 제값을 받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모든 일을 할머니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돈은 아니지만 포장작업 등을 함께 하면서 일당도 챙겨드릴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 안심 먹거리로 소비자 걱정덜고 파

이 대표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공급하는 것. 경기 안양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이 대표는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들이 유기농 먹거리와 자연을 통해 치유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위한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문경에 내려왔다.

소담 역시 이러한 이 대표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역 할머니들의 소득제고는 물론이거니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소담에서 생산하는 건나물이 100% 자연산이나 유기농인 것은 말할 나위 없으며 건조과정 역시 자연건조를 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도시화, 산업화, 환경오염, 식생활 변화 등으로 어른은 물론 아이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보다 안전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일 또한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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