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한·일어업협상이 결렬되면서 대형선망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갈치연승어선의 입어척수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한 치의 양보없이 대치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일본측은 자국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갈치를 잡는 연승어선 입어척수를 기존 206척에서 73척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등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일본측이 입어척수를 1/3 가량 줄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한일어업협정 표류기간이 1년을 넘기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이달 중 재협상을 계획하고 있으나 일본측이 어업협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소녀상과 남북관계 등 정치적인 문제를 끄집어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일어업협상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고등어를 주로 어획하는 대형선망업계의 피해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고등어 어획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요 어장인 일본 EEZ마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치연승어선의 경우 남중국해에서 조업활동을 할 수 있고, 최근 어획량도 좋아 버틸 여유가 있으나 대형선망업계는 조업할 어장이 없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일어업협정은 양국 모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서도 안된다. 그러나 대형선망업계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비단 한일어업협상 결렬로 인한 피해는 대형선망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고등어 취급물량이 연간 2000~3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공동어시장 관계자, 도소매인 등 그 피해가 전 수산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공동어시장의 지난해 고등어 위판물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 상황이 여기에 까지 이르자 대형선망업계에서는 EEZ 근처에서 해상시위라도 해야 된다는 감정섞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한·일어업협상 결렬에 따른 피해를 정부와 나누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정부도 일정부분 고통을 흡수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다음 달 대형선망업계의 휴어기가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수역에서는 더 이상 조업할 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 EEZ마저 열리지 않을 경우 강제 휴어기를 맞을 수 밖에 없고, 대형선망업계의 경영난은 휴어기에 비례해 더욱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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