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본 영남대 교수

필자가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해는 공교롭게도 국내 쇠고기 시장이 공식적으로 개방됐던 해다. 꼽아보니 어언 30여 년, 필자의 한우 연구도 해를 같이한다. 되돌아보니 2010년을 전후해서 한우에 대한 모진 매질이 시작됐던 것 같다. 겨우겨우 무마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매체가 또 다른 논리로 하루가 멀다고 한우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그 또한 유행이었던 지 그 난리들은 언제부터인가 사그라지고, 한우는 오늘도 크고 선한 눈망울을 한 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우리가 한우에게 매질을 해대는 사이 일본 와규의 유전자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대륙마다 ‘와규협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거니와 유럽과 중국 심지어 태국, 베트남 등 열대 동남아 나라에서도 와규의 자손들이 ‘근내지방’으로 무장한 채 키워지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와규 중에서도 ‘아까우시’라고 하는 품종(와규 4개 품종 중 하나)은 한반도에서 기원해 일본 큐슈지방을 거쳐 현재는 미국 텍사스에서 날로 번성하고 있다. 할아버지 나라 대한민국에도 수출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필자의 SNS를 통해서 매일같이 날아드는 아까우시 자랑을 요약해 보면 미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그 어떤 비육우 품종보다 근내지방이 많아서 맛이 비교 불가이며, 올레인산을 비롯한 단가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인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안타까움을 넘어서 가슴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특성화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근내지방이 높아지면 소고기가 부드러워져서 소비자 기호성이 높아지며, 올레인산이 높아지면 녹는점이 낮아져서 소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또한 올레인산을 많이 섭취할 경우 혈중 저밀도 지단백질(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춰서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한우의 필살기인 근내지방과 올레인산을 높이는 기본적인 기술은 조기거세(5개월령 이전)와 장기비육(30개월령 전 후)이다. 그러나 요즈음 시장에서 거래되는 송아지는 대체로 8~9개월령, 비육농가에서 입식해서 거세를 하면 10개월령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12개월령 전후가 된다. 이럴 경우 당연히 근내지방이 높아지지 않으며, 비육기간만 늘이게 된다. 

최근 3년간 육질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율이 이러한 현장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우는 만숙종이기 때문에 30개월령 전후로 출하를 권장하고 있으나 늦은 거세에 따른 근내지방 만회, 고급육 생산 장려금 또는 지나친 농가 의욕으로 인해 35개월령 전후에 출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이런 경우 근내지방이 개선되기보다는 피하지방의 과다 축적으로 오히려 육량 C등급 출현율이 높아지게 된다.

또 하나 최근에 비타민A 결핍으로 근내지방을 높이는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유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비타민A 결핍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식욕저하, 근육수종, 시력저하, 간기능 장해 등이 나타난다.

최근에 결함육 발생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이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또한 비타민A를 결핍시킬 경우 근내지방은 높아지지만 한우의 필살기 중 하나인 올레인산은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선점했던 드론과 수소차 시장을 후발국들에게 내어주고 망연자실 지켜봐야만 하는 관계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우는 생물이다. 우리 곁에 있는 한우는 외면한 채 아까우시의 뿌리는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드론과 수소차 시장을 안타까워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우에 대한 매질이 충분함을 넘어서 다소 과했다고 치더라도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흐트러진 시장을 다시 가다듬어 부디 대한민국의 자존심 한우가 필살기로 재무장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가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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