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한국원예학회장(중앙대 교수)

과일의 소비 성향이 당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이다. 지금 마트에는 수입오렌지와 바나나가 수북이 쌓여 소비자들의 눈을 끌고 있다. 수입과일들이 잘 팔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나나는 껍질을 쉽게 벗겨서 먹기쉽다는 점과 조직의 부드러움을 꼽을 수 있겠다. 오렌지는 밀감에 비하여 껍질은 더 딱딱하지만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하여 소비자가 선호한다. 즉 간단히 껍질을 제거하거나 먹기가 용이한 과일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단감이나 신고배 성주 참외 등 맛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껍질을 깎는 게 번거롭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개 수입과일들이 같은 종류의 국산 과일보다 당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더 잘 팔린다. 미국에서도 포도나 오렌지는 국산 포도나 밀감보다 당도가 높은 품종이나 종류들만 선발해서 우리나라로 수출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더 많이 찾으므로 더욱 그렇다. 과일의 당도는 과실속에 녹아 있는 포도당, 과당, 자당(설탕과 유사) 등이 과즙에 녹아 있는 정도를 측정해 표기하게 된다. 즉 과즙에 이러한 당들이 많이 녹아 있으면 당도가 높고, 적게 있으면 당도는 낮다. 당도는 설탕물의 농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당도 12도(%)라고 하면 물 100밀리리터에 설탕이 12그램 녹아 있는 것이다. 시중의 토마토는 당도가 5.0 부근이 가장 많다. 밀감은 8-11 이 가장 많은 편이다. 콜라에는 설탕이 약 11% 녹아 있다고 한다. 즉 350ml 콜라 1병을 마시면 설탕 38.5그램을 먹는 것이다. 수입오렌지 350그램 크기의 1개를 먹으면 포도당, 과당 설탕을 합쳐서 35그램을 먹는 것과 같다. 과실의 당도는 품종뿐만 아니라 재배환경에 따라서도 다르다. 수확기에 이르러 맑은 날씨와 밤낮의 기온차이가 있으면 과실은 당도도 높아진다. “세살 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적부터 당도가 높은 과일만 먹으니 어른이 되어도 당도가 높은 과일을 찾게 된다. 자녀들도 대를 이어 따라가게 된다.

단맛을 지나치게 즐겨 먹으면 치아 건강에 매우 안 좋다는 점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온 국민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하게 되면, 그런 과일만 연구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면, 1-2세대가 지나면 단맛에만 길들여져 국민건강을 해치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당도가 높다고 좋은 것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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