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농협충남지역본부가 축산환경캠페인을 벌인 광천천은 마침 필자의 고향이다.     광천천에 관해서라면 어릴때의 추억을 버무려 할 말이 꽤 있다. 우선 지명이다. 광천은  넓을광(廣) 내천(川). 좁지 않고 넓은 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하고 맑던 물이 다 어디로 가고 지천으로 전락했다. 해발 794m의 서해안의 명산, 오서산으로부터 청양군 쪽으로 휘돌아 오며 제법 많은 양의 물이 연중 천수만으로 이어져 갔다. 중간 중간에 ‘봇통’이라고 해서 농번기 물 수요를 대비한 보가 2~3곳이나 있었다.

이날 캠페인 팀이 EM활성탄을 투척한 바로 그 지점은 모래와 개펄이 공존하며 짱뚱어 황발이 같은 것들이 놀고, 민물과 갯물이 만나는 지점이어서 망둥어 갯장어가 많이 나왔다. 어떤 이는 실뱀장어를 전문으로 잡아 생활에 보태고 학비를 충당했다. 그 위로 지나가는 철교도 추억이 참 많다. 악동들은 기차가 오는데도 담력 겨루기를 한답시고 최대한 나오지 않고 버티거나 자전거를 철교 위에서 타는 위험한 짓을 감수했었다. 그 철뚝 가까이 있는 마을이 삼봉(三峯)인데 그 마을에서 현역가수 장사익이 나왔다. 삼봉 뚝길에는 묵은 벗나무가 줄지어 있어 봄이면 장관을 이뤘고, 근처 학생들은 어느 학교나 졸업사진을 여기서 찍은 명소 ,말하자면 ‘포토존’이였다.

광천은 예전에는 상업이 아주 발달했던 곳이다. 독바우(독배)항구를 낀 도시로 5일장 서는 날은 경향각지의 수집상과 도서지역 농어민들이 성시를 이뤘다. 광천천에서 한 10km만 더 내려가면 안면도, 원산도, 삽시도 등 서해5도로 이어지는 뱃길이다. 지금은 홍보지구 둑을 막아 좁은 수로만 남고 허허벌판 너른 간척지가 펼쳐져 일부 축산 조사료용 풀이 제공되기도 한다.

60~70년대에는 전국 어디를 가나 정지용의 ‘향수’같은 정겨운 풍경이었것만 필자가 군대제대하고 나와 보니 격세지감 , 홍성군은 이미 대규모 축산 지대로 변해 있었다. 그러면서 근년 광천천은 축산오염원으로 지목돼 논란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 주변 홍성·보령일대에는 주, 홍, 박, 황 씨 등 시가 100억~500억원 나가는 돼지농장을 보유한 농장주들이 5~6곳 포진한 것을 비롯, 전국의 돼지 15%가 육성되는 양돈단지다. 축사가 많다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장마에 축산분뇨가 너무 많이 떠내려 오자 민원이 생겨 홍성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피고 측 변호사의 변론이 걸작이다. “피고는 옥수수를 심으려고 축분을 많이 야적 해놨는데 하필 장맛비가 퍼부어 홍수가 나면서 그것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간 것이지요.” “네”, “이상입니다.”

판사는 당시의 열악한 축산여건 등을 감안해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없다. 세상이 더 각박해졌고 환경의 잣대가 엄중하다. 축산인들 스스로가 얌체농업인을 감시하고 고발한다. 다 같이 죽을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의 미운털이 배기면 배겨나는 수가 없다.

현대 축산의 관건은 환경이다. 지금 최고의 화두인 미허가축사 적법화도 이 환경이고, 님비와 민원이 죽 끓는 대형 축산분뇨처리장 건설문제 역시 환경이다. 지역에 오래 살며 냄새에 코가 단련(?)된 지역민들은 그냥저냥 버티지만 외부서 이사 온 사람들은 냄새에 민감해 민원이 폭주한다.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여름이라 더 부글부글 끓는다. 국민 단백질 공급원인 축산업은 현재 냄새와 질병이 최대 고통이다. 4차 산업혁명에 6차상품화로 이어지는 농축산업을 공들여 가꾸어야 한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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