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도계업에 불어닥친 '52시간 근무제' 여풍(餘風)

3D 도계업계 인력난 '빨간불'
"일 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문예 기자l승인2018.07.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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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계업계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근무 여건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이른바 ‘3D(Dirty·Difficult·Dangerous) 업종’으로 불리는 도계업의 인력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당장 전체 도계 닭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게 돼 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3D 업종 도계업계, 인력난 고민 가중 

“근로시간 단축도 좋지만 일 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는 도계업엔 맞지 않아요.”

송광현 한국육계협회 상무는 “다른 제조업과 달리 도계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매량에 따라 해마다 6~8월 성수기와 그 외의 기간인 비수기로 뚜렷하게 나뉘는 도계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일괄 적용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도계장은 초복, 중복, 말복 등 소위 복(伏)철과 치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에 일이 한꺼번에 몰리고, 그 외 기간은 비교적 일이 적어 한가한 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업체들은 6~8월 약 3개월간의 ‘반짝 성수기’를 넘기기 위해 기존 인력이 야간 근무 등을 통해 업무량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3D 업종으로 평소에도 인력을 구하기 힘든데다 3개월 기한을 두고 일하겠다는 사람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기존 인력 외에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해 업계의 고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도계업계에선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말이 나온다.

송 상무는 “인력난으로 인해 최근 도계장엔 50대 후반을 넘어선 근로자들이 가장 많다”며 “젊은 사람들은 도계장 근무를 꺼려해 인력풀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당장 7월 1일부터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하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의 도계장은 하림, 참프레, 마니커 등 6곳이다. 이들은 계열화 업체들로 지난해 기준 전체 도계닭의 62.3%의 물량을 처리했다. 육계협회는 이들 업체가 성수기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회전율 감소로 농가당 2600만원의 조수익 감소가 뒤따른다고 추산했다. 특히 더운 날씨에 닭이 적기출하되지 못해 폐사할 경우 3개월간 총 57억6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도계업계의 특수한 상황 고려한 대안 필요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LSA, Fair Labor Standard Act)은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엔 1.5배의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서조항만 있을 뿐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도 1년으로, 3개월 단위인 한국보다 길게 설정돼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도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업의 여건에 맞게 좀 더 유연한 인력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외국인 고용에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보다 적극적이다. 한국은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제조업체의 경우엔 1개월 이상 내국인 고용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용하지 못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특례고용허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규모가 큰 기업들은 실제 내국인 노동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달리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도계공을 포함해 간병인, 청소 노동자, 공장 노동자 등 단순 노무직에 대해 스펙(경력, 학력), 언어능력, 연령 등의 자격 요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취업 이민을 신청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 근무기간도 6개월에서 1년까지로 여유가 있다. 

도계업계는 이런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성수기인 6~8월만이라도 근로시간 단축 예외를 인정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를 특별 배정하고, 축산계열화사업자금 지원 확대로 자동화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닭고기 전문업체 마니커 이주은 과장은 “설비 자동화, 최소한의 신규 인력 충원 등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신규 인력 충원을 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도급업체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기업 나름의 개선 노력도 필요

한편 도계업계도 부담은 되겠지만 발상을 바꿔 차근차근 52시간 근무제를 준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지역 대학생들이 근처 도계장으로 일하러 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사람을 뽑으면 방학을 이용한 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왜 없겠느냐”고 지적했다. 

3D 업종이라 인력난에 시달린다 울부짖으면서도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은 최저임금으로 해결하려고만 하는 기업 인력 운용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3D 업종이라 사람이 안 모인다고만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지출을 하더라도 사람이 필요하면 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소장은 도계업계에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두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시적 인력 부족을 이유로,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취지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자체, 노동부 등 기관과 논의는 하되 정부 개선안 안에서 기업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예 기자  moonye@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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