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매출 약 117조 '공룡 탄생'
농화학분야서 중국 위상 높아질 것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시노켐(중국중화집단공사)이 켐차이나(중국화공집단공사)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화학기업이 됐다.

중국의 양대 국영기업인 시노켐과 켐차이나가 합병, 닝가오닝 시노켐 회장이 새로운 회사의 대표가 된다는 소식이 지난 3일 중국 농업 관련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켐차이나가 인수한 신젠타의 향후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켐차이나 인수는 예정된 수순?

시노켐과 켐차이나의 합병설은 이미 2016년부터 금융권을 통해 제기돼왔다. 중국내 화학 관련 국영기업이 두 곳이나 있을 필요가 없을뿐더러 켐차이나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화학 분야에 주력해왔던 켐차이나와 화학 분야에 집중했던 시노켐의 합병은 많은 시너지를 낳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지난해 켐차이나는 신젠타를 당시 48조원이라는 금액에 사들이며 단숨에 세계 농화학 분야 선두기업 반열에 올랐던 만큼 이번 합병은 중국의 농화학 분야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세계 최대 화학업계 공룡의 탄생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두 기업의 농화학 등 화학분야 매출을 합하면 약 7000억위안(약 117조7000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작물보호제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또한 켐차이나의 부채 문제 등 재무 건전성도 이번 합병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켐차이나는 신젠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금적인 측면에서 여유가 있는 시노켐의 경우 이러한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이번 합병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렌지안신 전 켐차이나 회장이 지난달 30일 은퇴 발표 하루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행사나 회의 등에 참석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을 수행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던 렌 전 회장이 은퇴 발표 하루 전에 공산당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은퇴와 시노켐-켐차이나의 합병 뒤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는가’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 작물보호제 시장 변화와 신젠타

이번 시노켐과 켐차이나의 합병은 농화학분야에서의 중국의 입지를 한번 더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할 당시 업계는 ‘제네릭 회사가 글로벌 원제사를 집어 삼키는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켐차이나의 위상은 신젠타를 흡수하면서 단숨에 세계 정상급으로 뛰어올랐다. 중국이 농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농업 분야 특히 종자 분야에 대한 가능성과 시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중국의 농업분야 시장과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뒤따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중국은 GM(유전자변형)기술과 이를 통해 생산된 농산물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번 시노켐의 켐차이나 인수도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에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업계는 신젠타의 거취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일부 임원에 대한 교체만이 있었을 뿐 사명이나 신젠타의 정체성을 훼손할 만한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렌 전 회장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과거 이탈리아의 유명 타이어업체 피렐리를 인수할 당시에도 적용됐다. 신젠타나 피렐리의 브랜드 파워가 켐차이나를 웃돌고 있는 만큼 굳이 이를 훼손시켜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렌 전 회장이 물러났기 때문에 그간의 전략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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