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욱 경남대 교수

도매시장법인에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른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이러한 판단은 위탁수수료 및 하역업무와 관련한 도매시장법인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존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40조는 하역업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 표준하역비 제도를 도입했는데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율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위탁수수료를 부과하기로 도매시장법인 대표자들이 합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도매시장법인의 합의는 농안법의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위탁수수료 형태로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떠넘긴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것이다.

만일 도매법인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입법목적에 부합하며 충분히 환영한다.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사업자가 존재할 것, 이들 간에 합의가 존재할 것, 그리고 경쟁제한성이 충족돼야 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복수의 사업자인 도매법인이 존재하며 합의 그 자체는 존재한다. 또한 경쟁제한성 역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표면적 상황들만을 본다면 공정위의 행정처분은 일견 수긍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매법인들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인정여부와 관련해 몇 가지의 쟁점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순한 행정지도인지 혹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의 문제이다. 이 둘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임의성’ 존재여부에 있다.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적한 합의는 정부의 표준하역비제도 도입결정에 따라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및 개설자,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협의회’를 통해 논의되고 합의된 내용이다. 도매법인은 이러한 지정권자와의 합의에 사실상 종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여지는 매우 크다. 이에 향후 법원에서 확인될 것으로 기대되는 사실관계의 확정 및 논의의 전개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만일 이 사건 합의가 권력적 사실행위가 아닌 단순한 행정지도로 보더라도 행정지도가 정보교환의 계기가 돼 행정지도의 내용대로 합의가 이뤄진 동조적 행위 혹은 의식적 병행행위의 상황이 상정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공동행위의 성립이 부정돼야 한다.

셋째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적용여부이다. 이에 따르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주관 하에 이뤄진 이러한 합의를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는 농안법, 시행규칙 및 업무규정에 위탁수수료 및 장려금의 최고한도만 정해져있기 때문에 서울시와 서울시공사가 위탁수수료 등을 결정하거나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지시했더라도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따른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는 단순히 위탁수수료에만 연동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하역비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농안법 제78조에서는 도매시장의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도매시장 개설자 소속으로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수수료, 시장 사용료, 하역비 등 각종 비용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16조 제20호에는 업무규정을 통해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는 규격출하품과 표준하역비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 제72조는 농안법 제40조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하역비의 산정에 대한 합의를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볼 여지 역시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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