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총 투표수 196표 중 찬성 181표, 반대 2표, 기권 13표로 찬성률 92.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을 때만 해도 축산농가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축산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6개월 시한 연장을 받아 놓고 4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따져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제도 개선하나 변변히 이루어내지 못하고 관계부처 TF만 몇 차례 열어 그동안 노출되었던 문제점만 가지고 갑론을박하며 성과없는 회의가 연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만9000여 농가가 미(未)허가축사 적법화 신청을 했다지만 9월 24일까지 과연 몇 농가나 제대로 된 이행계획서를 제출해 해당 지자체로부터 최대 1년의 적법화 이행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앞선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세간의 말처럼 정말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되는 것일까? 결단코 그럴 수 없으며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마무리 되어서도  안 된다. 최근의 농촌 현실을 감안할 때 축산업은 한번 붕괴되면 다시 회복할 수 없고, 한반도에서 결코 도태될 수 없는 산업이며 이 땅에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한 함께 해야 할 동반자적 산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경제 논리나 환경 논리 또는 법리적 정당성으로 좌지우지될 수 없는 신성한 생명산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변화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는 정치인도, 언론도, 학계도 심지어는 생산자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자포자기인지 아니면 ‘촛불혁명’과 같은 타력에 의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인지 모르는 거의 방치된 수준이다.

정부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단순한 법리적 행정만을 해서는 현장의 순기능을 담보할 수 없다. 여러 혼란과 갈등 그리고 산업의 심각한 훼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치’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공허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6월 18일 국무총리를 비롯해 농업관련단체장, 청와대 민정실장, 국무조정실 2차장, 농식품부차관, 농정대개혁국민행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 ‘농업관련 단체장 간담회’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미(未)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논의되었고 생산자단체는 적법화 신청 농가 구제를 위한 제도개선이 반영된 가축분뇨관리법 개정과 입지 제한 구역 내 축산 농가의 구제 방법 강구, 미(未)허가 축사 실질적 제도개선을 위한 총리실 산하 제도개선 TF팀 구성 및 특별법 제정 등을 국무총리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는 올해도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이 발생했으나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협조로 잘 대처 되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국무조정실 제2차장에게 미(未)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하여 가축분뇨관리법 검토와 실질적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 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국무를 총괄하는 총리가 축산 현장의 문제에 대하여 상생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협력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국무조정실에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얼마 주어지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그리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각 부처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기 바란다. 국회에서도 늦었지만 원구성이 마무리되면 관련 상임위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생산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 농림축수산특위(위원장 이완영의원)에서 축산업의 위상과 가치를 제고 하고 미(未)허가축사 적법화, 가축분뇨처리와 악취관리 등 축산 현안을 해결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축산업으로 재편하기 위한 ‘축산진흥을 위한 특별법(가칭)’ 을 발의키로 결의하였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 국회의 정상화를 책임지고 있는 각 정당에서도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 바란다.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의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담보해야 하는 국민 생명산업에 정치적인 감정이나 유불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의지를 갖고 행하는 일이 ‘생활형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하여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은 위대한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에 있어 또 하나의 큰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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