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업관리제도 재편방안은
소득·일자리 감소로 직결…연안어촌·도서지역 활력저하 초래
행정비용 과다·실효성 떨어져…수산업 규모화·기술집약화 '불가능'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가 수산자원관리에 실패하면서 어업관리제도의 전면적인 재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들여온 135톤급 대형선망선단 본선. 해당 선박은 선복량 규제로 6톤에 달하는 부피를 잘라내야 해 복지공간 확보가 어렵고 안전성에도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2년 연속 90만톤대를 기록하면서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어업관리제도의 전면적인 재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어업관리제도는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어획노력량 관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획노력량 규제를 중심으로 한 관리제도는 사실상 실패했으며 그 결과 수산자원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국내 어업관리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上> 실패한 어업관리
  <中> 어업관리제도 재편방안은
  <下> 어업관리제도 재편, 선결과제는

# 수산자원관리 실패한 ‘어업후진국’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어획노력량 규제를 중심으로 어업관리제도가 만들어져있지만 양국모두 수산자원관리에 실패했다.

2016년 우리나라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톤이 무너졌으며, 같은해 일본은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290만톤대로 추락, 6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본 경제지 닛케이비즈니스에서는 일본 어업인은 지구온난화 탓, 일본 수산청은 외국어선의 남획 탓을 하는 사이에 일본이 어업후진국으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전문가와 언론사들도 우리나라의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톤이 무너진 것은 우리나라의 수산자원관리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공통점은 어업자원관리제도가 어획노력량과 어업기술, 조업구역 규제 등 주로 어획노력량을 통제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산자원관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은 어획노력량 규제 대신 TAC(총허용어획량) 또는 ITQ(양도성개별할당량제도)를 수산자원관리의 기본으로 하는 어업관리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수부에서는 효율적인 어업관리를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해 왔지만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며 “현행 어업관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수부에서도 인식하고 있으며, 부 내에서도 TAC를 중심으로 한 어업관리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업관리 실패, 소득·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어업관리 실패는 어업인의 소득과 연안 어촌의 일자리 감소와 직결되고, 이는 곧 지역의 활력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단적인 예가 말쥐치다.

말쥐치는 1986년 32만7000톤이 어획될 만큼 어획량이 많은 어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후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 최근에는 2000~3000톤 수준의 어획량을 기록하면서 소비형태 역시 ‘쥐포’에서 ‘회’로 변화했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삼천포 등지에 있던 다수의 쥐포 가공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이는 곧 지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명태 역시 마찬가지다.

1981년 16만톤을 기록했던 명태어획량은 명태 치어인 노가리 남획 등의 영향으로 이후 급격히 감소, 최근 들어서는 연간 5톤 이내의 어획량을 기록해 상업적인 멸종을 맞았다.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강원도 어업인들의 소득은 급격히 줄었으며 명태를 가공하던 황태덕장의 다수가 폐업했다.

어업관리제도 실패에 따른 수산자원감소는 어업인소득감소와 연안지역의 일자리 감소, 어촌의 활력저하로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삼천포 지역에 있던 쥐포공장이나 강원도 일대의 황태덕장 사례로 볼 때 수산자원 감소는 연안어촌이나 도서지역의 활력저하를 초래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감척사업 등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들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부를 증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 어업관리, 비용은 ‘높고’ 실효성 ‘낮다’
우리나라의 현행 어업관리제도는 행정비용을 과다하게 발생시키는 반면 실효성은 낮은 제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는 크게 어획노력량 규제와 기술적 규제, 조업구역 규제, 어획량 규제로 분류된다.

유형별로 보면 어획노력량 규제는 △어업면허 또는 허가 △허가정수 △어선선복량 △어구실명제 등이 있고 기술적 규제는 △어구규모제한 △그물코규격제한 △포획금지기간·체장 △어구사용 금지기간 등이 있다.

또한 조업구역 규제는 △어업금지구역 △어업별 조업구역 △보호수면 △수산자원 관리수면이 있고 어획량 규제로는 △TAC △판매장소 지정 등이 있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부분의 어업관리조항들을 모두 갖춘 ‘조업 규제 백화점’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은 낮은 실정이다.

어업관리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한 형태로 구성돼 있어 규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기 위해서는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발달에 따른 실질어획노력량 증가는 반영조차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조업규제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어업관리제도를 다 갖췄지만 수산자원은 감소하고 있다”며 “실질 어획노력량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질어획노력량을 규제하고자해도 행정비용 때문에 제도가 사문화되거나 제대로 된 감시·감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규모화 발목잡는 어업관리제도
현행 어업관리제도는 어선의 복지공간 확보가 불가능하게 만들며 어가인구 및 수산인력 감소 등에 대응한 수산업의 규모화나 기술집약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제도로는 각 업종별로 정해진 어선의 선복량으로 인해 선원의 복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ILO(국제노동기구) 어선원노동협약 비준시 선원복지공간 확보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인력감소에 대응한 규모화에도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어획노력량 규제와 기술적 규제, 어획량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어선에서는 여러 가지 어구·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어업선진국에서 하나의 어선이 여러 종류의 어구·어법을 사용하며 조업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것과 대조된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수산인력은 줄어가는데 너무 복잡한 조업규제로 연근해어업의 규모화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산자원의 감소 등을 미뤄볼 때 연근해어업의 구조재편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수산자원관리강화와 어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어업관리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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