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위험 10월 전에 마무리 지어야
육계협회, 계열농가 95% 실질가격 반영 안돼...불합리
정부, 계열업체·농가 간 이중계약...형평성 문제 우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 지급기준을 두고 최근 한국육계협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특히 관련협회와 농가,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달라 귀추가 주목된다. 

AI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은 지난 4월 살처분보상금 지급요령 개정에 따라 대한양계협회가 발표하는 산지가격에서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이 조사하는 생계유통가격(계열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농가가 산닭 형태로 거래할 때 형성되는 가격)으로 변경된 바 있다. 

이에 육계협회는 현재 정부가 AI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으로 삼고 있는 축평원의 생계유통가격이 전체 농가의 약 95%를 차지하는 계열화 농가의 산지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계열화 농가의 업체 납품 가격인 위탁생계가격의 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엔 육계협회의 요청에 따라 육계협회 관계자,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축산경영과, 축평원 등 관계기관이 모여 협의회를 개최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 유통물량 5% 차지하는 농가의 산지시세, 대표성 있나

육계협회는 AI 살처분보상금의 지급기준이 되는 축평원 공시 생계유통가격이 대표성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농가의 도덕적 해이, 예산낭비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계유통가격은 계열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농가가 생계 형태로 거래하는 가격으로, 전체 유통물량의 5% 내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계열업체에서 잉여된 물량이 덤핑 판매되는 등 정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상금 기준가격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시세보상에선 살처분보상금의 과잉 또는 과소 지급 문제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세가 낮을 때에는 AI 발생시 신고를 지연할 우려가 있고 낮아진 가격으로 보상받기 때문에 합리적인 피해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세가 높을 때에는 과잉 지급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육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AI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을 생계유통시세에서 AI 발생 전월의 계열업체 위탁사육 평균원가로 변경할 것을 우선적으로 건의한다”며 “위탁사육 평균원가 산출이 어렵다면 축평원이 공시하는 위탁생계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평원의 위탁생계가격은 전체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9~10개 계열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격으로, 계열농가에 대한 수수료와 생산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을 말한다.   

육계협회는 도계육 도매가격을 역산한 생계가격을 적용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축평원이 산지가격을 공지하지 않는 오리의 경우 대리점의 도압육(도축한 오리)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역산한 값을 산지가격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닭도 보상금 지급기준의 형평성 차원에서 같은 계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계열업체-농가 간 이중계약, 형평성 문제 우려 

이에 정부는 육계협회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살처분보상금은 산지시세로 정하게 돼 있고 위탁생계가격으로 하게 될 경우 오히려 가격의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계열화사업은 계열업체와 농가가 계약을 맺고 미리 정한 가격으로 닭을 공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AI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을 농가가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인 위탁생계가격으로 정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열업체와 농가가 이중계약을 맺는 등 가격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부는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계열농가들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계열업체와 개개 농가 사이의 계약이나 성과에 따라 납품가격이 다르다보니 이를 각각 어떻게 적용할지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처음 AI 살처분보상금 지급기준을 조정하기 위해 조사할 당시만 해도 생계유통가격과 위탁생계가격과 비슷하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요즘 육계가격이 워낙 좋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은데, 시세가 높아지면 또 ‘왜 시세대로 안 주느냐’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17일 관계기관 협의회 이후 이 관계자는 “협의회를 통해 일단 전체 농가 중 5%의 산지시세인 생계유통가격을 기준으로 AI 살처분보상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 했다”며 “위탁업체들까지 고려한 보강된 생계유통가격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AI 확산 위험 있는 가을 전에 매듭지어야 

한편 양계협회는 농가에 유리한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다면 수용하겠다면서도 육계협회가 주장하는 위탁생계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 농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계열화 농가는 현재의 관행적 보상금 배분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축평원이 내는 어떤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AI가 발생한 후 형성된 낮은 시세를 기준으로 살처분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계열화 농가는 보상금을 받아 계열업체에 넘기는 병아리·사료 제공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계열업체는 손해를 보전받지만 농가들은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양계협회는 AI 살처분보상금을 계열업체와 농가가 서로 어려움을 나누는 수준에서 분배하도록 할 것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기준에서 보상금을 산정해 계열농가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양계협회에서 조사하던 시세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인 축평원 조사를 반영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95% 계열농가의 실질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AI 살처분보상금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두 조사 모두 유통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련 자조금의 연구를 통해 통계청의 생산비를 기준으로 시세를 도출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을 또 다른 해법으로 제시하며 빠른 시일 내에 양계협회, 육계협회, 전체 농가가 합의 절차를 거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살처분보상금에 대한 업계간의 이견 속에 보통 가을을 기점으로 발생·확산되는 AI의 특성상 지금 살처분보상금 문제를 빨리 결론 짓지 못하면 문제점을 알고도 현재의 보상기준을 적용해야만 해 늦어도 10월 전에는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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