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업관리제도 재편방안은
수산자원조사 인프라확대·정부차원 결단 중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어업관리제도의 재편을 위해서는 TAC모니터링 강화, 수산자원조사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들이 난·자·치어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어업관리제도의 전면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중심으로 한 어업관리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양륙지 모니터링과 수산자원조사가 강화돼야 하지만 이를 위한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업관리제도 재편의 선결과제를 짚어본다.

  <上> 실패한 어업관리
  <中> 어업관리제도 재편방안은
  <下> 어업관리제도 재편, 선결과제는

# TAC모니터링 강화 ‘절실’
어업관리제도의 전면적인 재편에 앞서 TAC모니터링이 크게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TAC를 비롯한 어획량 관리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획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지정위판장은 118개이며 TAC조사원은 지난 24일 기준 77명이다. 올해 내로 8명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조사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2022년까지 TAC조사원을 25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계획대로라면 연평균 30~40명 가량의 조사원이 늘어나야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조사원 증원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TAC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사원들의 법적인 권한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제도로는 어업인들이 TAC조사에 불응해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은 “어업관리제도를 TAC중심으로 전면 재편하는데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양륙지 모니터링, 즉 TAC조사원들의 어획량조사다”며 “TAC가 수산자원을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되더라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실효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TAC조사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으로 어업인 혹은 수협을 비롯한 어업인단체에 맡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공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산자원 조사 인프라 확대해야
TAC를 중심으로 한 어업관리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조사를 위한 인프라가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TAC 기반의 어업관리제도는 수산자원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어획량을 산출해 어업인에게 배분하는 ‘과학적 관리제도’다.

즉 수산자원의 생물적·비생물적 환경조건에서 지속적으로 달성가능한 최대어획량을 의미하는 MSY(최대지속적어획량)와 생물학적으로 자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어획량의 최대값을 의미하는 ABC(생물학적허용어획량)를 산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산자원조사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조사 인프라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조사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중인 수산자원조사선은 현재 2척이며, 올해 11월 1척의 조사선이 추가로 운용될 예정에 있다.

또한 수산자원조사인력은 현재 9명이며 수과원 연근해자원과의 수산자원평가 인력은 3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미국 NOAA(해양대기청) 산하 수산센터의 경우 수산자원 조사·평가 인력만 2016년 기준 508명에 달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TAC운용을 위해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인 8개 권역별 과학위원회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들 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수산자원의 조사·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TAC와 같은 어획량 관리제도는 수산자원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적정 어획량을 산출,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과학적인 수산자원관리제도”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근간이 되는 조사·평가인력부터 크게 부족한터라 수산자원조사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산자원의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부를 더욱 늘리기 위해 실시되는 사업인 만큼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조사·평가 등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치적 결단 ‘중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어업관리제도 재편에 있어 정부차원의 정치적 결단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관리제도의 변화는 어업인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제도에 전면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산자원 증강을 위한 TAC 감축 등에 있어서는 더욱 강한 반발과 마주해야 한다.

따라서 어업관리제도의 재편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을 바탕으로 범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소형기선저인망 정리가 정치적 결단을 바탕으로 어업인의 반발을 이겨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그물코가 작은 그물로 연안바닥을 끌면서 이뤄지는 무차별적 조업으로 수산자원감소와 연안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인들의 반발로 인해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50여년간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의 폐단에 대해 주목하고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제대로 정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어업관리제도의 전면 재편 역시 소형기선저인망 정리처럼 어업인과 국회로부터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터라 해수부의 고위공무원단 수준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관리제도를 전면개편하는 것은 기존에 어업인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인 만큼 어업인들의 반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어업관리는 어업인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많은 압박이 들어오는 분야인터라 해수부의 실·국장선에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곤 회장도 “어업관리제도의 전면적인 재편은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이 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강할 경우 당초 목표했던 수산자원관리와 어업경쟁력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공산이 크다”며 “즉 대통령과 국무총리, 해수부 장관 등의 정치적 결단이 중요한 영역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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