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 멈추고 상품성 저하…수급안정·급수 대책 시급

[농수축산신문=최상희 기자, 박현렬 기자]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 생육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지농업인 등에 따르면 폭염으로 출하를 앞두고 있는 배추, 무 등 노지 채소는 물론 과일, 과채 등 상당수의 농작물에서 생육장해가 발생, 생산량 감소와 상품성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배추 재배가 한창인 강원도 고랭지 지역은 3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농업인들은 이달 말 수확을 앞두고 있는 배추부터 다음 달 수확할 예정인 배추까지 물대기에 여념이 없다.

출하를 앞둔 배추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경우 끝이 말라 ‘꿀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온으로 결구가 늦어지면서 현재 출하되고 있는 배추의 크기가 지난해보다 작다는 게 산지유통인들의 전언이다. 농업인들은 양수기를 통해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달 말까지 폭염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물차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결구가 늦어 알배기, 쌈배추와 비슷한 크기의 배추가 많아질 수 있다”며 “조기 출하를 통해 배추를 댕겨 먹을 수밖에 없어 오는 9월까지 배추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폭염 뒤 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작물보호제 지원 등이 요구된다”며 “매년 비슷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과일·과채류도 폭염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식 후 50일 가량 후에 수확을 해야 하는 수박이 꼭지가 말라 떨어지면서 과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출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햇볕에 데여 고유의 수박 빛깔도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   

이에 상품과 중·하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으며 당도 보다는 산도가 높아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는 “휴가철을 맞아 수박이 불티나게 팔려야 하지만 상품성을 제대로 갖춘 수박이 적고 중·하품이 많아 걱정”이라며 “폭염으로 과일·과채류의 생육이 멈췄으며 맛 또한 없어 국내 과일의 소비 침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천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전재창 씨는 “폭염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수분을 공급해야 돼 포도농가 모두 정신이 없다”며 “봉지를 씌워놓은 포도 알은 검게 타들어가고 봉지를 씌우지 않은 포도는 일소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빛깔이 제대로 나지 않고 생육을 멈춘 포도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복숭아를 재배한 주변 농업인들은 비온 뒤 지속된 폭염으로 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처럼 폭염 장기화로 농가 피해가 커지고 일부 농축산물의 수급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비상 태스크포스팀 가동에 들어갔다.

중앙단위 현장기술지원단을 추가 편성해 병해충 발생상황과 생육관리 기술지도 등 농가지원을 강화하고 현지에 상주하는 산지기동반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관개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밭을 중심으로 관정 개발, 간이 급수시설 설치, 살수차 운영 등 급수 대책비용도 긴급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밥상물가와 관련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조절물량을 탄력적으로 방출할 계획이다. 배추는 1일 100~150톤의 비축물량을 당분간 집중 방출하고 무는 봄무 계약재배 물량의 도매시장 출하를 1일 20톤에서 40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평년대비 가격이 높은 토마토는 계약재배 물량의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가격이 상승한 과일은 농협 계통 매장과 공영 홈쇼핑 등을 활용, 할인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