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국의 들녘이 바싹 말라가고 있다. 일부지역의 최고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높은 38도를 기록했는가 하면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33도 이상 지속되는 등 폭염이 누그러질 줄 모르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마솥에 갇힌 느낌이다.

품질저하 등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이 죽어가고 있다. 농작물의 햇볕 데임, 수정장애 등의 피해는 다반사고 고랭지 무와 배추는 작황이 좋지 않아 수급불안까지 걱정해야 한다.

30~35도의 고온이 12일간 지속될 경우 소와 돼지의 몸무게는 각각 73%, 60%씩 줄어들고, 젖소의 우유생산량과 산란계의 산란률은 각각 32%, 16%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지속된 고온현상으로 전체 사육마릿수 대비 돼지는 0.07%, 닭은 0.62%, 오리는 0.44%가 피해를 입었다.

과수의 경우 불과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상저온현상으로 피해를 봤는데 이번에는 이상고온으로 인한 폭염피해를 입고 있어 과수농가들은 롤러코스터에 갇힌 채 한숨만 쉬고 있다.

농업인들의 건강도 걱정이다. 더욱이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농촌의 경우 온열질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다. 최근 5년 사이에 발생한 온열질환자 사망자수가 다른 모든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야외에서의 영농활동은 그만큼 위험할 수 있다. 한참 더운 2시에서 4시까지의 영농활동은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생산자단체 등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채소, 가축 등의 고온다습에 따른 병충해 발생상황 등 진단과 처방, 생육관리 기술지도 등 폭염피해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비상 TF(테스크포스)도 가동하고 있다. 농협도 피해규모에 따른 재해예산과 무이자자금 지원, 피해농산물 판매 지원 등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생산자단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는 한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자연재난급에 해당하는 폭염속에서 정부, 생산자단체는 물론이고 농업인들까지 폭염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축사 내 온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가축들의 영양분을 보충해 주고, 논물대기, 농작물의 적정한 수분 유지를 위한 비닐덮기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피해를 줄여야 한다. 농민들이 폭염을 잘 이겨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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