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드믄 대 폭염이다. 가축이 폐사하고 사람도 죽어 나간다. 세계적 재앙이다. 3복(三伏)이 맹위를 더욱 떨칠 기세이다. 개인건강 조심하라고 재난문자가 매일 뜨고, 보양식이 잘 팔려나간다. 여름 보양식은 수산물도 많지만 그래도 삼계탕, 족탕, 삼겹살 등 축산물이 으뜸이다.

축산물생산자단체는 이런 복 때에 불우이웃과 노인층에 삼계탕을 대접하며 ‘나눔 축산’을 펼쳐나간다. 이런 자선과 선한 활동을 하는 축산업, 축산인을 많이 사랑하고 이해해 달라는 취지가 담겼다.

2012년 농협중앙회는 (사)나눔축산운동본부를 발족해 축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모금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각종 매체에 실리는 나눔축산활동은 얼핏 풍성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허한 편이다. 왜냐하면 진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나눔축산운동은 말하자면 생산액 20조원 규모로 급격히 팽창한 축산업의 생산과 소득 규모에 비해 냄새, 오염, 혐오 등 부정적 인식도 더불어 커지니 이런 것을 자선과 봉사 즉 나눔활동을 통해 중화시켜 나가자는 뜻이 있는 발상 좋은 운동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현업 축산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액션이 담겨져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쏙 빠진 상태서 2만명 회원의 주축인 축협 직원들의 월급에서 일률적으로 떼 내는 돈이 주축을 이루니 “관변단체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난 6년간 전국에서 펼쳐진 나눔축산운동의 사례별 내용을 들여다보면 칭찬받을 미담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돼지 키우고 소 먹이는 현장 축산인들이 직접 참여한 정감어린 이야기는 아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을 음미해볼 만하다. 발전과정에서의 성장통이기는 하지만 왜 축산인들이 욕먹고 축산업 자체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겸허하게 뒤돌아 봐야 한다.

그 바탕에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냉소와 비판이 깔려 있고, 혼자 잘나가는 것에 대한 제재와 질시가 배어 있는 거다. 또 배려심 약하고 품격 없이 노는 일부 축산인들에 대한 조소와 비판도 깔려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이럴수록 베품의 후덕함을 내 보여야 한다는 것이 나눔축산운동본부의 핵심 생각인데 현장 축산인들은 축산업을 통한 부의 축적이 새어나갈까 봐 쉬쉬하는 투다. 소문이 커질까봐 꼭꼭 숨겨야 하는 고통을 인내한다는 거다. 즉 “가뜩이나 축산업해서 터무니없이 돈 많이 번다고들 하는데 우리가 좋은 차 타고 기부금 턱턱 내고 그러면 사람들이 얼마나 더 부풀려 말하고 질타하겠느냐”며 나눔을 자제(?) 한다는 말이다.

축산세력이 아주 약하고 인구 3만에 불과한 청양군은 200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선뜻 만들었는데 인구 11만에 축산 1번지라는 홍성군은 장학금 모집이 지지부진하다. 홍성축산인들이 십시일반 장학사업에 뛰어든다면 200억 아니라 300억도 금세 마들 수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공교롭지만 ‘축산악취반대’, ‘청정마을에 냄새축사 웬 말이냐’며 민원내고 분쟁하는 곳이 하필 이 곳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눔축산운동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물 타기하자는 어용은 아니다. 잘하고 있다고 현수막 걸고 생색내는 나눔축산운동은 한계가 있다. 현업 축산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들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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