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농산물 피해원인 규명 어려워
농업인·제조사 모두 곤란… 구체적 가이드라인·협의기구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농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염과 냉해, 가뭄, 우박 등은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피해를 야기하고 있으며 돌발병해충 등의 발생도 빈번해져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피해를 작물보호제의 오남용 또는 약해 등의 사고와 구분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에 따른 논란도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 기후변화인가, 약해인가

최근 한 작물보호제 제조업체는 경남 밀양지역 농가들과 갈등을 겪었다.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초 사과 낙화직후 약제를 처리한 뒤 이상동녹(표면이 녹스는 현상) 증상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농가들은 올해 처음 사용한 약제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했고, 제조사는 약해가 아닌 이상저온에 따른 피해라고 맞섰다. 실제로 지난 4월 7~8일경 해당지역 기온은 전년보다 10도가량 떨어져 영하의 날씨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른 냉해 및 동녹피해 등이 전국적으로 보고된 바도 있어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으나 다행히 올해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내년도에 원인을 찾는 재현시험을 진행키로 합의해 마무리 지어졌다.

지난해에는 폭염에 따른 갈등이 번졌었다. 또 다른 작물보호제 제조업체의 약제가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나중에 이 약제의 성분이 가뭄에 대한 저항성을 지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해가 풀리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상황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언제고 예기치 못한 형태로 재발할 수 있다. 이에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구제 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원인규명·분쟁 협의기구 절실

작물보호제를 사용함에 있어 항상 약해의 위험은 존재한다. 이러한 약해가 발생해 관련 제조사가 보상을 한 경우도 상당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약해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약해를 주장하는 농업인과 약해가 아닌 오남용이나 자연재해 등에 따른 피해라 반박하는 제조사간 다툼이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러한 피해의 원인이 자연재해인 경우 재해보험을 통한 보상이 가능하지만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며 가입상품의 적합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약해일 경우 제조사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을 찾지 못할 경우 소송으로 번지게 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어 절박한 농업인은 물론 제조사도 제품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보다 철저히 원인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대부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제조사가 도의적인 차원의 지원과 보상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한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매년 여러 회사에서 약해논란이 일고 있지만 원인을 정확히 밝혀 ‘약해다’, ‘아니다’를 분명히 해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때에 따라서는 차라리 분명히 약해라고 밝혀져 보험으로 처리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상학 한국작물보호협회 전무는 “농촌진흥청 민원봉사실에서 일부 협의를 지원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와 농가 사이의 문제가 된다”며 “과거에는 피해구제를 위한 심사기구가 있었던 반면 현재는 농업인을 위한 구체적인 구제 가이드라인과 협의 기구가 없어 농업인과 제조사 모두 곤란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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