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민물장어, 소비성수기에도 가격 '하락세' 이유는?
판매부진으로 연말 체화물량 급증 우려
가격상승 아닌 안정적 소비기반 확보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뱀장어 소비성수기를 맞았지만 산지 뱀장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어업인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양어장 내부 전경.

민물장어가격이 여름철 소비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1kg 3미 기준 4만원선을 기록했던 민물장어 가격은 4월 3만9300원, 5월 3만6900원, 6월 3만2300원까지 하락한데 이어 7월 전기에는 3만1000원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입식된 실뱀장어의 수가 적은데다 하절기는 보양식 수요증가로 민물장어 가격이 상승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성수기의 민물장어 가격하락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실제로 실뱀장어 입식이 부진했던 2012~2013년의 경우 뱀장어 1kg당 가격이 3미 기준 5만원 이상으로 높아진 바 있다.

소비성수기에도 이처럼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으로는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위축, 폭염, 민물장어 수입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 된다.

민물장어 가격하락의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 소비성수기에도 가격 '하락'
양만업계는 경기위축에 따른 소비위축과 수입증가, 폭염에 따른 소비기피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소비위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7월 2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6월에 비해 4.5포인트 하락, 올해 들어 최대의 낙폭을 보였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고용악화 등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가상승, 주가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수산업관측센터는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대가 높은 민물장어의 소비가 직격타를 맞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증가도 가격하락의 주요요인으로 풀이된다.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뱀장어 수입량은 2757톤으로 이중 활뱀장어 수입량은 864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310톤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가공용이나 덮밥용 등으로 사용되는 북미산이나 유럽산 등 이종 뱀장어의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민물장어의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은 양만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실시된 뱀장어 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민물장어의 소비장소는 외식이 92.7%, 가정내 소비가 7.3%로 외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 소비처인 식당은 산지 민물장어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단기간내에 가격을 급격히 높일 수 없는 구조인터라 산지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식당 경영주들이 수입민물장어로 눈을 돌릴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산지 민물장어 가격이 급등했을때 양식어업인들은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출하를 자제해 가격을 더욱 높였고 이는 곧 주 소비처인 식당 경영주들이 수입뱀장어를 취급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허수진 KMI 수산업관측센터 연구원은 “실뱀장어 채포가 부진할 경우 하절기 뱀장어 산지가격은 매우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소비성수기에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식당에서 장어 원가와 기타 비용들이 급증하는데 소비자가격은 단시일내에 크게 높일 수 없어 수입뱀장어를 이용하는 것으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월에 출하가능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뱀장어 위판의무화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출하를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며 “위판의무화만 시행하면 산지가격이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더니 오히려 소비성수기에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체화물량 ‘폭탄’되나
하절기 소비성수기에 뱀장어 판매가 부진하면서 올 연말이 되면 기존에 양성된 체화물량이 ‘폭탄’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국내 민물장어 양성물량은 현재 출하가능한 1년 이상된 민물장어만 3879만마리로 전년동기대비 2096만마리 가량 많은 실정이다.

현재 출하가능물량은 실뱀장어 가격이 마리당 2000~3000원 수준일 때 입식된 물량인터라 산지가격이 1kg당 3미 기준 3만원 전후로 형성되더라도 경영상 부담이 없다.

반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입식된 물량은 실뱀장어 가격이 마리당 6000~7000원 수준에서 입식된터라 현재 체화된 물량과 출하시기가 겹칠 경우 어업인들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11월부터 예정된 자포니카(극동산) 실뱀장어의 채포량이 급증할 경우 가격급등락에 따른 어업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허수진 연구원은 “뱀장어의 소비동향을 살펴보면 4월 행락철과 7~8월 복 시즌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데 하절기에 소비침체로 체화물량이 늘어나면 전체 양만업계의 불안요소가 된다”며 “6월 기준 출하가능물량 3879만마리와 수입된 뱀장어 물량을 어떻게 소화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안정대책 필요
민물장어양식업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지가격 안정을 위한 어업인들의 공동노력과 함께 소비기반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마케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뱀장어는 완전양식이 이뤄지지 못한 터라 실뱀장어 채포량에 따라 가격의 등락폭이 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업인들이 일시적으로 수익을 늘리고자 출하를 조절할 경우 국내산 민물장어의 가장 주된 소비기반인 식당에서부터 수입뱀장어 사용량이 급증, 국내산 민물장어의 소비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가격의 변동폭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어업인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진호 한국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장은 “가격의 급등락이 반복되면 오히려 중국산의 시장점유율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따라서 안정적인 소비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어업인, 유통인, 외식업체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가격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수진 연구원은 “송어의 경우 가격의 급등에 따른 소비기반 붕괴를 경험하면서 최근에는 양식어업인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가격안정을 꾀하고 있다”며 “실뱀장어 채포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뱀장어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가격안정을 위한 어업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