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인상이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달 24일 세종시 낙농진흥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원유기본가격이 결정, 현행보다 4원 올린 ℓ당 926원으로 원안의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원유값 인상 논의는 그 이면에 또 다른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원유값 동결을 줄곧 요구해왔던 유업체는 연동제 개선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원유값 인상에 동의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제 시행 등으로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업체들은 이같은 노동환경의 변화를 직격타로 맞으며 우유 소비 부진과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때문에 유업체들은 원유값 인상, 즉 원자재 인상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원유값 인상과 관련한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연동제가 정착되기까지 수천의 낙농가와 관련업계가 십 수년을 싸워왔다는 것이다. 입장차를 확인하며 낙농가들의 단체농성, 단체장의 단식과 삭발식까지 매년 되풀이되는 우유전쟁에 소비자들도 지쳐갈 즈음 이 제도가 완성됐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니 그대로 두고 지켜나가자는 말은 아니다. 지루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공공재 가격인상과 노동환경 변화는 낙농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어려움은 함께 겪는 것이지 누구 한쪽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 낙농업계는 원유값 인상보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유소비 부진에 따른 유업체들의 경영악화와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로 야기될 낙농생산기반약화 등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원유값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낙농가와 유업체는 함께 걸어간다. 원유를 생산하고 이를 납유하는 낙농가와 집유한 원유로 가공해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업체는 하나의 거대한 원과도 같다.
이 원 밖으로 어느 한쪽도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길어질지도 모르는 논의 과정에서 서로가 지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좋은 제도와 상생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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