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신이 만든 줄로 자기의 몸을 스스로 얽어맨다는 뜻으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의미다. 양계, 산란계 농가의 상황이 딱 이렇다. 농가 개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행한 입식이 스스로를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라는 긴 악순환의 늪에 빠뜨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가금류 폐사와 증체 지연 등의 요인으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닭고기, 계란 등 가금산물의 가격은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끝나면 또다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워낙 사육 마릿수가 많았다보니 적정 수준으로 돌아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6개월령 이상 산란용 닭 마릿수는 5618만마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육계도 1억1245만마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들은 또다시 우는 소리를 하며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할 테고 정부의 수급 정책 소홀과 시스템 미비 등의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병아리 분양마릿수 감축, 산란 성계 도태 등 농가의 자구적 노력이 필수적이고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농가들에게 그런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한양계협회는 올해 초 사육규모 10만마리 이상 농가에게 55주령 이상의 산란 실용계 도태와 입식 감축 등을 촉구했지만 농가들의 참여 부진으로 흐지부지됐다. 자율에 맡기다보니 눈치 싸움으로 변질된 탓이다.

스스로 얽어맨 줄을 끊어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누굴 탓할 수 있겠는가. 손해를 나눠 부담하겠다는 농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그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양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30년 동안 닭을 키우며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양계, 산란계 모든 농가에게 올 한해는 최악의 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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