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자리 얻은 '제2의 인생' 시작
한국서부발전 통큰 결정… 시니어행복드림 안정적 '첫발'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충남 태안군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에 ‘㈜시니어행복드림’이라는 이름을 단 주황색 건물 세 동이 나란히 있다. 간판 아래엔 ‘시니어해피드림(Senior Happy Dream)’이라는 영문명도 함께 적혀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노인 일자리 제공을 통해 노인 각자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며 행복한 꿈(Dream)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시니어행복드림 공장 건물 앞에서 이기권 대표<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시니어행복드림이 지금과 같이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숨은 조력자의 역할이 가장 컸다. 2017년 고령자 친화기업 공모사업에 응모할 당시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한국서부발전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흔쾌히 3억원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덕분에 시니어행복드림은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돼 정부와 서부발전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안정적인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6년 독거노인돌보미 사업을 시작으로 지역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지원 사업을 이어왔다. 특히 노인 일자리 창출은 노인들의 경제적 여건 개선뿐만 아니라 고독사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시니어행복드림의 취지에 공감해 통큰 지원을 결심했다.  

엄문성 한국서부발전 사회공헌부 차장은 “태안은 65세 노인인구가 약 28%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된 지역”이라며 “일자리로 삶의 활력을 얻은 노인들이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노인 일자리’가 가장 확실한 ‘노인 복지’

매일 이른 아침이면 시니어행복드림 공장에는 은발(銀髮)의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현재 이곳에는 22명의 노인이 3시간씩 격일로 나와 일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먹이를 챙겨주는 가벼운 일이 대부분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약 34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이 중 6명은 회사 사정에 따라 거의 매일 나와 일을 하며 약 6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 직원들이 귀뚜라미에게 상추와 물을 먹이로 주고 있다.

시니어행복드림은 노인 인력을 활용한 곤충식품, 기능성 사료, 양어 사료, 펫푸드 등의 제조를 목표로 지난 4월 공장 문을 연 새내기 공장이다. 현재는 식용 귀뚜라미와 이를 첨가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 식용 귀뚜라미를 키워 성체(다 자란 귀뚜라미)나 가루 형태로 계약을 맺은 식품 제조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노인들이 키운 귀뚜라미를 이용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쌀국수, 분말제품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 완전히 자란 귀뚜라미의 모습.

이기권 시니어행복드림 대표는 “곤충식품은 정부와 UN이 꼽은 대표적 미래식량”이라며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제대로 사업이 안착하면 여기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행복드림은 설립 초기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만을 고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꼭 일자리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이유로 지역 주민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과 면사무소의 추천을 받아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도 일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고정적인 수입이 생긴다는 것은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노인 빈곤은 특히 지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가장 확실한 노인 복지는 노인의 빈곤 탈출을 돕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니어행복드림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생계 유지를 위해 하루하루 폐지를 주우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의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 덧붙였다.

시니어행복드림은 개인 사업이라기보다 공익적 성격이 짙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 국가나 기업의 큰 지원을 받아 설립됐기 때문에 이미 사업 초기부터 공장 건물을 태안군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시니어행복드림의 건물은 태안군 소유이며 초기 5년은 무상으로 사용하고 5년 후부터는 임대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공공자금을 통해 지어진 건물이니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는 이 대표의 확고한 생각 때문이었다.

사업 목표도 여느 사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효율성을 우선으로 하기보다 업무 처리 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시니어행복드림은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내년 상반기에는 22명 노인 모두에게 매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8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3년 안에는 30여명, 5년 후엔 100여명의 노인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시니어행복드림이 이처럼 자신 있게 큰 폭의 인력 충원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기권 대표가 이미 몇 해 전부터 곤충식품과 관련된 활동을 해오며 사업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는 귀뚜라미를 포함해 곤충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귀뚤귀뚤협동조합’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조합원들과 함께 공부하며 협동조합의 자회사를 통해 귀뚜라미 분말이 첨가된 쌀국수의 소비자 반응도 살폈다.

시니어행복드림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시장 반응을 토대로 오는 9월 쌍별귀뚜라미 분말이 첨가된 쌀국수 3만개를 생산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영양 결핍 어린이나 노약자를 위한 귀뚜라미 죽 개발도 계획 중이다. 체중 조절을 하는 이들을 겨냥해 닭가슴살을 대체할 수 있는 고단백 귀뚜라미 분말도 출시 예정이다.

시니어행복드림만의 곤충 미세 분말 생산 기술을 가졌다는 점도 자신감의 원천이다. 기존의 동결건조 방식보다 더 고운 입자의 형태로 만들 수 있어 다른 식재료에 섞어 이질감 없이 섭취 가능하기 때문이다. 곤충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어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판로도 확보한 상태다. 이미 몇몇 업체들을 통해 편의점 PB(자체상표)상품의 형태로 제공하거나 홈쇼핑을 통해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점차 시니어행복드림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 택배 판매를 위한 포장 업무 등 유통 단계에서도 수많은 노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단순히 노인복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곤충식품을 미래식량으로 내세워 적극 홍보하고 있어 앞으로 곤충식품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불어 시니어행복드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만 위생적으로 제품을 생산해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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