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석 부경대 교수

전 세계 수산물 바이어들이 지속가능 수산물 구매를 선언을 하고 있다. 테스코, 코스트코, 월마트, 까르푸 등 100여개가 넘는 대형마트들이 중심이 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호텔체인, 온라인쇼핑몰, 학교, 병원까지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대형마트의 선언문에는 주요 고갈어종에 대해서 100% MSC 인증 요구, 10년 내에 신선, 냉동, 가공 등의 전체 수산물에 MSC 에코라벨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형마트는 철저히 수익을 따지는 곳이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구매정책을 바꾸고, 공급업체에 웃돈까지 줘 가면서 지속가능수산물을 구입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주요 대구어장의 붕괴는 서구의 수산물 유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서민 대표식품이던 피쉬 앤 칩스와 피쉬핑거가 판매가 중단됐다. 원료인 대구를 구할 수 없어서다.v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던 값싼 수산물의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밝혀지자 소비자들의 실망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일상적으로 구매해왔던 수산물들이 불법어획과 남획, 이력추적조차 되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 유럽과 미국의 대형마트들을 중심으로 구매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계산기만 잘 두드린다고 해서 사업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환경단체와 소비자, 공급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생산자들에게 MSC 인증을 통해 어업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산자원관리가 효과적으로 모니터링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했다. 이러한 극복과정들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현재 유럽의 대형마트들은 서로 모여 MSC 시상식을 개최할 정도로 지속가능수산에 대한 인식이 잘 정착돼 있다. 지속가능수산물을 가장 많이 대체한 곳에 상을 수여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서로를 장려한다. 소비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착실히 받아서 양심적 소비가 시장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소규모 어업이 개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렵사리 MSC 인증을 취득하면 바이어, 환경단체, 소비자가 다 같이 축하해주고 기뻐해준다.

정부도 지속가능어업이 잘 유지될 수 있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수산자원량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어업인들은 어느 시기에 얼마만큼 잡아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어구와 어획 방식도 수산기술 R&D 로드맵을 통해 체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혼획을 피하고 짧은 시간에 최대한 목표 어종만 잡을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기술이 개발됐다. 수산물 유통회사들도 자원량 변동에 따라 구매량과 가격을 미리 결정할 수 있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어종별 자원량을 토대로 수산물 구매가이드를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알린다. 자원량이 줄어드는 수산물에는 빨간색 표시를, 자원량이 풍부한 수산물은 초록색 표시를 해서 과잉공급이 되지 않도록 소비자 선택에 신호등 역할을 한다. 현재 유럽의 대구어장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됐고, 피쉬 앤 칩스와 피쉬핑거는 다시 서민들의 식탁으로 돌아왔다.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힘들고 긴 여정이 있었지만 이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지속가능수산이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 우리나라도 시급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생선 명태와 쥐치는 이미 사라졌고, 참조기, 고등어, 오징어는 누가 다음 차례가 될지 기다리고 있다. 고갈되는 수산자원으로 연근해의 경쟁적 조업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어업인도 정부도 소비자도 문제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먼저 시작할 수 없다.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지속가능수산이라는 새로운 가치와 시장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해외 대형마트의 지속가능 수산물 구매선언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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