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전문성 '전무'…사업목적 '실종'
자조금 조성 유리한 업종은 '배제'…성공사례 바탕으로 사업확대가 '바람직'
"연근해어업 구조적 문제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연근해어업 자조금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동시에 제도개선과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어항에 정박중인 연안어선.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연근해어업 자조금 육성사업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근해어업 자조금은 우리 연근해어업을 ‘덜받고 더버는 구조’로 전환토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유 목적 사업인 수급안정사업과 소비촉진사업을 거의 하지 않고 어업인의 어구 지원 등을 해왔다.

이에 연근해어업 자조금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알아본다.

# 전문성 없는 컨설팅에 사업목적 '오락가락'
연근해어업 자조금의 문제점은 사업초기 컨설팅을 수행한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자조금과 관련한 전문성이 전무하다는데서 시작된다.

한국어촌어항협회는 어촌·어항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어촌과 어항의 개발·관리, 어장의 효율적인 보전과 이용, 관련 기술의 개발·연구, 어촌관광활성화 등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부터 어항의 개발·보수에 중점을 둬온 터라 인적구성은 어항의 조성과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생산자단체의 육성 등과 관련한 전문성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협회의 자조금단체 육성사업 담당자마저 자조금단체가 품목별 연합회의 하부조직으로 인식하는 등 자조금 사업의 기본적인 체계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자조금단체 육성을 위해 전문자문단을 구성했지만 자문위원에는 자조금과 관련한 전문가가 전무한 가운데 한국수산회 자율조정위원회 위원이나 한·일 민간어업협상단 대표, 김산업연합회 관계자, 광어양식연합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 사업의 방향성을 왜곡하는 원인이 됐다.

컨설팅을 위한 선진지 견학 역시 황당한 사례가 섭외됐다. 어촌어항협회는 자조금단체 육성 자문단과 자조금단체를 설립하기를 희망하는 어업인들과 함께 동자개자조금에 선진지견학을 실시했다.

하지만 동자개자조금은 설립된지 3년 가량 밖에 되지 않은 자조금단체로 선진지 견학이 실시된 지난해에는 동자개자조금이 회원 상호간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처럼 어촌어항협회가 자조금단체 육성 컨설팅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연근해어업 자조금이 사업초기부터 자조금사업비로 어업인의 어구구매를 지원하는 비율이 매우 높개 책정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이어지며 해수부는 올해 자조금단체 육성사업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로 위탁했다.
 
# 자조금 조성 유리한 업종은 ‘배제’
연근해어업 자조금사업의 문제점은 사업의 모범사례로 만들 수 있는 업종이 사업대상자에서 배제됐다는 점이다.

자조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거출용이성 확보와 무임승차자 배제, 사업 규모화의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연근해어업자조금의 모범사례로 육성할 수 있는 품목은 법령에 따라 양륙장이 지정된 TAC대상어종 중 단일 품목으로 생산금액이 많은 어종,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는 업종이 적은 어종이 자조금의 성패를 가르는 거출용이성 분야에서 유리하다.

동일한 어종을 생산하는 업종의 경우 어획상황 등에 따라 갈등이 빈발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자조금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고등어가 자조금 사업의 대상어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등어의 경우 TAC를 적용받기 때문에 거출이 용이하며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도 단시일내에 이룰 수 있다. 또한 단일 품목으로 생산금액이 많기 때문에 자조금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데다 대형선망업종이 전체 생산량의 95% 이상을 생산하고 있어 무임승차자 배제에도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부에서는 대형선망어업이 기업형 어업이라는 이유로 사업대상에서 배제했다.

자조금을 연구한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실시된 자조금사업을 살펴보면 정책을 만든 해수부나 컨설팅을 실시한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자조금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자조금 사업의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고등어처럼 자조금 도입이 용이한 품목에서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어종에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사업 확대 위한 제도개선 등 병행돼야
연근해어업 자조금이 어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개선과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근해어업자조금은 FTA(자유무역협정) 등 개방화시대에 대응해 생산자가 자발적으로 국내산 수산물의 경쟁력 확보를 도모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자조금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소비촉진, 수급조절, 생산성제고를 위한 R&D(연구개발) 등을 적극 수행하면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도축마리당 자조금 거출액을 늘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연근해어업 자조금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친환경농업 자조금의 사례처럼 규모가 작은 자조금은 연합해 사무국을 구성, 자조금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자조금사업이 연근해어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현재 육성되고 있는 자조금단체들이 궁극적으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수산자조금의 평가업무를 진행해온 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은 “수산자조금은 궁극적으로 모든 생산자가 자조금을 납부해 해당 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것인만큼 연근해어업 자조금단체는 육성초기부터 의무자조금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금액이 적은 품목들의 경우 공동사무국을 운영해 자조금 사업의 규모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농축산업이나 양식업과 다른 연근해어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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