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욱 군산대 법학과 교수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에서 농수산물을 경매, 입찰, 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의 방법으로 매매해야 한다. 이러한 매매방식은 모두 수탁판매에 속한다. 전통적인 경매 및 입찰을 통한 매매에 덧붙여 2012년 도입된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가격을 미리 결정해 출하물량을 제시한 후 중도매인과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수의매매는 출하자가 가격을 미리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매인과 협의한 후 가격과 물량을 정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책적으로 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의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적 시도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정가ㆍ수의매매의 비율이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가ㆍ수의매매 확대가 유통효율을 저해한다는 연구가 존재하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경매 및 입찰은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이뤄지는 매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예외도 존재하는데 매수도매와 비상장 거래가 그것이다. 전자는 농안법 제31조 제1항 단서 및 농안법 시행규칙 제26조에 근거하는 것인데 대부분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또는 도매시장의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전송거래에 해당한다. 후자는 농안법 제31조 제2항 제2문 및 시행규칙 제27조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비상장 거래의 허가(상장예외품목)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하위 3% 미만에 해당하는 소량 품목, 품목의 특성으로 인해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또는 그 밖에 상장거래에 의해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이 그 요건이다. 상장예외품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기준으로 품목의 약 69%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면 상장품목으로 전환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원칙과 예외가 전환돼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락시장에서는 2017년 바나나 및 포장쪽파도 상장예외품목에 포함됐다.

생각건대 상장예외품목의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허가를 받기 위한 세 번째 요건을 도매시장개설자가 매우 확대해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17일 바나나 및 포장쪽파의 상장예외품목지정의 유효성에 대해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원칙과 예외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017구합90391). 판례에서는 상장거래원칙을 “중도매인을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역할에서 배제해 산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세력과 도매시장에서 소비자 쪽으로 분산하는 세력을 분리시키고 양 세력의 경쟁을 통해 농수산물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상장거래원칙이 완화됐다거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대한 도매시장 개설자의 재량의 폭이 확대됐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확인했다. 더욱이 세 번째 요건에 대한 해석의 기준을 “반입 물량이 소량이거나 중도매인이 소수여서 도매시장에서 상장을 하더라도 경쟁매매가 불가능해 공정한 가격형성이 이뤄질 수 없거나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없는 경우에 준하는 정도의 품목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자신의 판결을 통해 상장거래가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힘과 동시에 상장예외품목으로 허가받기 위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판례에서 보여준 이러한 기준은 향후에도 상장예외품목에 대한 허가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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