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식 고양축산농협 조합장

현재 한우산업은 많은 시련을 맞고 있다. 2013년 방송된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후 건강 중심의 소비 변화에 맞물려 쇠고기 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마블링 중심 등급체계에 대한 지적 등 속에 다양한 소비자 요구가 있었다.

또한 국내산 쇠고기를 수입과 차별화 하며 발전을 이끌어왔던 마블링 위주 사육이 오히려 한우산업 경쟁력 약화의 한 원인이 되며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식품 수입액이 2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중 쇠고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위기감을 더했다. 심지어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액 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를 찍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쇠고기 등급기준 보완 작업에 착수, 3년 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학계, 정부는 연구와 협의를 거쳐 소통하며 쇠고기 등급기준 보완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등급기준을 살펴보면 근내지방도 기준을 완화하여 소비자가 선호하는 1+, 1등급의 공급을 확대했으며 근내지방도 이외에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 평가항목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쇠고기 선택에 도움이 되는 소비자 관심 정보 제공도 강화했다.

생산자들이 우려하는 1++등급 평가가격 하락은 1++등급 표시 시 근내지방도 NO 7·8·9를 같이 표시해 해당 근내지방도에 맞는 가격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생산자는 고품질 쇠고기 생산 시 타당한 수취가격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고, 소비자는 선호도에 따라 적정한 가격으로 쇠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기준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육량적인 측면을 보면 소 품종, 성별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육량지수 산식을 품종이나 성별에 따라 달리 적용하도록 육량지수의 변별력을 강화해 설정함으로써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등급기준 보완은 소 출하월령을 단축시켜 못 먹는 지방 생산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정산금액을 높게 받기 위해 사육기간을 늘려 상위 등급 출현율을 높이기보다는 도체중 증가와 경영비 감소를 통해 농가의 소득 증대, 경영비 절감 등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사양기술, 사육방법, 출하시기 등을 고수하는 생산농가들은 농가소득 감소가 우려되기는 한다. 농가들은 가격하락과 소득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니 이를 잘 이해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소 사육농가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관련 산업이 밑거름 되어 준다면 수입육과 차별화된 국내산 쇠고기 산업이 형성돼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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