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끝나지 않는 현대화사업
비대위 일방적 입주거부에 300억원 달해
48년된 시장…소비자 안전까지 위협
명도강제집행 번번히 무산…강경한 조치로 시장정상화 도모해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지난 6일 이뤄진 명도강제집행에서 비대위 소속 상인들이 법원 집행관의 명도집행을 막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이전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대법원은 수협중앙회가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명도소송의 상고심에서 수협중앙회의 손을 들어줬다.

294개 판매자리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전부 수협중앙회 승소판결이 나면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진행과정과 문제점 등에 대해 짚어본다.

# 15년째 끝나지 않는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15년째 ‘진행중’이다.

2004년 12월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는 수산물 유통체계 선진화 방안으로 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수협은 2009년 4월 시장종사자를 대상으로 9차례에 걸친 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설명회를 개최, 판매상인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소매상인들의 요구에 따라 당초 1층의 경매장, 2층의 잔품소매점 배치계획을 변경, 시장 1층에 경매장과 잔품소매점을 배치키로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시장상인들과 수협중앙회, 노량진수산(주), 중도매인조합, 상우회 등이 사업부지 2000평(6600㎡) 확대, 1층에 경매장과 잔품소매점 평행배치 등의 내용에 합의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현대화사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중도매인조합이 현대화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고, 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와 토론회 등의 결과 합의안대로 추진키로 결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새 시장은 완공됐으나 여전히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은 ‘진행중’에 있다. 시장의 준공승인을 위해서는 구 시장을 철거하고 구 시장쪽에서 시작되는 순환도로를 개설해야하지만 구 시장 철거작업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안재문 수협 노량진수산 대표이사는 “시장 현대화사업은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따라 건축허가가 난 것으로 순환도로까지 마련해야 준공이 된다”며 “이는 수협중앙회나 수협 노량진수산에서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계획으로 준공승인이 지연되면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합의 뒤집은 상인들…어업인 피해는 ‘눈덩이’
상인들이 갑자기 합의를 뒤집으며 어업인 자산인 수협중앙회와 수협 노량진수산(주)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구 시장에서 상인들의 판매자리는 1.5평(4.95㎡)이다. 판매자리 면적이 좁아 상인들이 소비자들의 통로를 불법으로 점유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수협 측은 2009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설명회에서 1층에 경매장, 2층에 판매자리를 배치해 판매자리 1개소당 3평(9.9㎡) 가량의 자리를 제공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판매자리가 1층에 있어야 한다며 판매자리를 경매장과 같은 1층에 배치하고, 판매자리 면적을 기존 시장처럼 1.5평(4.95㎡)으로 하는데 동의했다.

시장종사자의 의견에 따라 현대화가 진행됐지만 일부 상인들은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를 결성, 자신들이 주장한 1.5평의 면적이 좁고 임대료가 비싸다며 기존에 체결한 합의를 깨고 현대화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수협은 2.25평(7.42㎡)으로 판매자리를 확대하고 일정기간 임대료 면제, 판매자리 명의 승계 허용 등을 포함한 300억원 가량의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제 상인들은 구시장부지 2000평(6600㎡)을 자신들에게 할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업인의 자산을 상인들이 마음 껏 이용할 수 있게해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상인들로 인해 현대화사업이 지연되며 어업인의 자산인 수협중앙회와 수협 노량진수산의 피해는 커져가고 있다.

수협 노량진수산에 따르면 2016년 3월 새 시장으로 입주 후에 발생한 손실액은 약 300억원 가량이다.

이같은 손실액은 구 시장 상인들이 입주를 희망할 것에 대비해 판매자리 320개소를 비워놓으면서 발생한 직접적인 수익감소와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경비인력 배치, 소송비용, 준공승인지연에 따른 간접피해 등의 합산액이다.

수협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판매자리 면적과 임대료 모두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합의된 내용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어업인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며 “상인들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임대료는 기존에 과도하게 낮은 임대료를 현실화한 것으로 위치에 따라 개소당 월 25만~71만원,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밖에 안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적색등 켜진 시장 안전·식품위생
구 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시장의 안전성문제와 식품위생문제에 적색등이 켜졌다.

수협 노량진수산은 새 시장부지로 이전하며 구 시장부지에 대한 관리업무를 종료했다. 농안법에 따른 노량진수산시장의 주소지가 변경된데 따른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경성수산시장과 히노마루 수산시장, 용산수산시장, 경성어시장 등이 통합돼 1971년 6월 신축·개장했다.

건립 이후 48년이 흐르면서 노후화로 인한 낙석 등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3월 도매시장이 이전하면서 건물 개·보수도 중단됐다. 이제는 시장을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여의도 불꽃축제 당시에는 건물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7월에는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설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식품위생관리 역시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는 구 시장 위생점검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원산지표시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수협 노량진수산 역시 구 시장의 식품위생·안전 관련 계도나 지도를 할 권한이 없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구 시장에서 구매한 반건조 수산물에서 구더기가 나와 민원이 제기되는 등 식품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큰 실정이다.

# 단전·단수 통해 시장정상화 도모해야
구 시장 부지에 대한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통해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협은 지난 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구 시장 전체 판매자리와 부대·편의시설에 대한 세 번째 명도 강제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비대위 소속 상인들이 이를 몸으로 막아서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법원의 명령에 따른 명도집행이 번번히 무산되면서 구 시장부지에 대한 단전·단수조치 등 보다 강경한 조치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 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명도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인명사고가 날 우려가 있는데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 매출감소로 직결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새 시장에서 영업중인 한 상인은 “명도강제집행 때문에 안좋은 얘기들만 언론에 보도되면 결국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상인들만 어려워진다”며 “전기 끊고 물끊으면 영업을 못할텐데 수협에서는 왜 자꾸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양동욱 수협중앙회 경제기획부장은 “구 시장상인들은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협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명도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되 비대위 소속 상인들이 계속 물리적으로 저항할 경우 보다 강경한 조치들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